이러한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은 최근 각국의 경제지표가 되살아나지만 통화팽창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믿을만한 실물자산에 투자가 집중되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내 설탕가격은 금값이나 원유가격과는 달리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외풍에서 아직까지는 자유롭다. 국제 원당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8월, 작년 말 대비 최고 96.9% 폭등세를 보인데 비해 국내 설탕가격은 8.9% 상승에 그쳤다.
이는 제당산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세계 각국은 다른 기초소비재와는 달리 수입설탕에 대해서는 고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110%, EU 135%, 캐나다 150%, 심지어 일본은 원당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314%에 이른다. 관세로 설탕수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가격 폭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탕은 제과 제빵 등 여러 후방산업에서 필수재에 다름없이 두루 쓰이지만 원료가 되는 원당의 생산은 세계적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섣부른 관세인하로 설탕수급을 수입유통에만 맡겨둘 경우 원당가격의 등락에 따라 자국 내 소비자 가격이 출렁거릴 수 밖에 없다. 특히 덤핑에 의존하는 국제 설탕산업의 기형적 구조로 인해 수급불균형 및 가격폭등의 여파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2003년 베네주엘라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차베스 정부는 설탕 밀가루 등 400여개 생필품을 ‘차베스 물가’품목으로 정하고 가격통제에 나섰다. 설탕은 EU의 덤핑물량을 무관세로 수입해 정부 고시가격으로 묶었다. 채산성이 안 맞은 제당업체의 줄도산이 이어졌고, 결국 공급부족에 따른 매점매석, 암시장 형성으로 설탕가격이 정부 고시가격의 7배까지 폭등했다. 최대 원당생산국이자 세계2위의 설탕소비국인 인도도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수입설탕 관세인하를 추진했다가, 6개월 만에 설탕가격이 2배 폭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40%의 수입설탕 관세를 10%로 낮추자는 법안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값싼 수입설탕을 들여와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정작 소비자물가 영향력이 크지 않은 설탕이 MB물가지수 52개 품목에 포함되어 있는 상황까지 베네주엘라 전철을 떠 올리게 한다.
서민들 입장에서 금값이야 오르면 금반지 안 사면 되겠지만, 설탕값이 금값 되면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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