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예금으로 어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하고 금융기관에서 좀 더 빌린 돈으로 괜찮은 부동산에 투자해두면 노후자금은 물론이고 평생의 자산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노후에 부동산을 팔아서 쓰거나 임대소득으로 노후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위에서도 부동산 하나를 잘 잡았느냐, 못 잡았느냐에 따라 재산 형성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한국 가정의 자산구조가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평균적인 한국 가정의 자산구조를 보면 2006년 말 현재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77 대 23으로 나타납니다. ‘재산=부동산’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미국 가정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33 대 67로 금융자산이 부동산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우리보다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집이 없으면 빌려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국에서처럼 무리를 해서 집을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실물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부동산 펀드에 간접투자할 때가 많은데 이 경우 부동산 펀드는 금융자산에 포함됩니다.
일본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한국과 비슷했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지금은 39 대 61로 미국의 비율에 접근해 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1980년대 말의 10분의 1,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동산의 비중은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은 높이는 것이 자산관리의 원칙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부동산 비중이 높은 한국 가정의 자산구조에 문제점은 없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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