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올라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졌을 때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집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도 하고, 부동산 세금을 이용해 집값을 안정시키기도 합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조절해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것도 시장 안정 대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와 DTI(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는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정하는 대출의 기준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하는 주택의 가치를 은행에서 얼마로 보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LTV 50%’는 시가 6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3억 원(50%)까지 빌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은행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을 살펴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져본 뒤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에서 대출금액을 정할 때 대출 상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활용하는 ‘신용평가 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DTI 40% 이내’란 1년에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과 기존 부채의 이자를 합친 금액이 대출자 연 소득의 40% 이내 수준이 되도록 제한한다는 뜻입니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만 적용되던 DTI 규제를 서울은 50%, 수도권은 60%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수도권 집값이 연초 이후 계속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2월 2.0%까지 내린 뒤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사람들이 싼 이자로 돈을 구할 수 있어 시중에 돈이 공급되지요. 이자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다른 집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6∼8월은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지만 올해는 휴가와 장마에도 아랑곳 않고 집값이 계속 급등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연초와 비교해 평균 5% 상승했습니다. 경기 과천시는 17.4%, 서울 강동구(16%)와 송파구(12%)의 아파트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매달 3조∼4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정부는 과도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집값을 올리는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집값이 계속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자 올해 7월 서울 강남3구와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에서 6억 원이 넘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LTV를 60%에서 50%로 낮췄습니다. 6억 원짜리 아파트로 빌릴 수 있는 돈이 종전에는 3억6000만 원이었다면 7월부터 3억 원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금융 감독당국이 대출 비율을 제한했는데도 7, 8월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계속 늘었습니다. 8월 말에는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41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가을 이사철로 접어들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대출 기준을 더 깐깐하게 해 수도권 전역에 DTI 규제를 적용한 것입니다.
DTI는 주택구입자의 소득 대비 대출 금액을 제한하기 때문에 LTV 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정확한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나 주부들은 집을 살 때 대출을 받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DTI 규제의 영향으로 지난주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집을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눈치를 보며 집값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LTV, DTI 규제는 2006년 한 번 나왔던 정책이라 투기 수요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책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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