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전무(39·사진)가 15일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선임됐다. 이 전무는 두 회사의 전무직을 겸직하게 된다.
삼성은 이번 인사에 대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성장이 정체돼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비스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이 전무를 영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이 전무는 삼성복지재단을 거쳐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해 기획팀 부장과 상무를 지낸 뒤 올해 1월 전무로 승진했다. 호텔신라의 경영전략을 담당한 이후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세전이익을 세 배 이상으로 늘리는 등 경영성과를 인정 받아왔다. 올해 초부터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일에 관여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앞으로 삼성에버랜드에 사무실을 마련해 테마파크 사업 확대 등 경영 전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삼성의 경영권 후계 구도 변화, 재산 분할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맏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제조업·금융 사업을, 이부진 전무가 외식·레저·호텔 사업을, 막내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섬유·화학 부문을 각각 맡아 운영하는 구도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부진 전무가 삼성 후계 구도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는 지분 25.1%를 가진 이재용 전무이고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상무는 각각 8.37%만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후계 구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삼성에버랜드의 필요에 의한 전문가 영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특별한 보직 없이 해외 순환근무 중인 이재용 전무의 내년 초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룹 안팎에선 내년 초 이재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직접 사업을 맡는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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