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아니라 도시를 짓는다.”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수원시 권선동에 건설하는 수원 아이파크시티와 신영이 충북 청주시에 짓는 지웰시티는 민간 기업이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양대 프로젝트로 꼽힌다. 두 ‘시티’에는 단순히 아파트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테마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문화, 업무시설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 말 그대로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는 셈이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와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같은 복합단지를 개별 기업이 건설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수원 아이파크시티와 청주 지웰시티는 복합단지 1세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2세대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거쳐 기반시설은 물론 쾌적한 환경과 공공서비스가 결합되고 규모도 도시 수준으로 커진 3세대다.
● ‘최초’ 지웰시티 vs ‘디자인’ 아이파크시티
지웰시티는 신영이 ‘한국의 롯폰기힐스’를 표방하며 개발의 포문을 연 본격적인 복합단지다. 청주시 복대동 옛 대농공장 용지 49만8759m²에 주상복합, 쇼핑문화 공간, 행정타운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3조 원으로 단일 민간기업이 짓는 복합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37∼45층 규모 17개 동 3970채의 주상복합을 비롯해 서비스드 레지던스와 미디어센터 등이 들어서는 55층 규모 랜드마크 타워, 백화점, 병원, 복합쇼핑몰, 공공청사, 학교, 공원 등이 건립된다.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약 15만 평의 ‘푸른섬’을 강조한 지웰시티는 인간중심형 친환경 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주거단지는 건폐율 18% 수준을 유지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단지 내 차로는 모두 지하화했다. 5개 근린공원을 조성하고 단지 중심에는 1km 워킹갤러리가 들어선다.
아이파크시티는 권선동 99만 3791m²에 총 6594채의 주택이 들어선다.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주상복합아파트는 물론 테마쇼핑몰과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까지 함께 개발한다. 네덜란드의 건축가 벤 판 베르켈 씨를 영입해 곡선미를 강조하는 등 독특한 아파트 입면 디자인을 도입했다. 조경가 로드베이크 발리옹 씨는 단지를 50여 개로 세분해 주제별로 조경을 디자인했다.
두 단지는 규모는 물론 시설 구성에서도 1, 2세대 복합단지 수준을 뛰어넘는다.
복합단지 1세대인 삼성동 코엑스와 반포동 센트럴시티는 교통 중심지에 상업시설과 업무용 공간이 결합한 형태로 건설됐다. 주거시설은 빠졌다. 2세대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목동 하이페리온 등은 주거와 상업용도를 결합했으며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갖췄다. 조망권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3세대 복합단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규모 용지에 첨단 주거환경은 물론 쇼핑, 문화, 여가, 교육시설, 공공청사와 주민공동시설, 호텔 등 ‘원스톱 라이프’를 가능하게 했다.
● 기업과 지자체의 윈윈 프로젝트
두 건설사는 ‘도시’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도시발전의 사이클에 주목해 미래의 흐름을 짚어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선호하는 도시 유형은 주거 쇼핑 업무 문화 여가 등 다양한 시설을 한곳에 집적해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라는 것이다. 특히 도시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건설하면 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하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
신영 관계자는 “두바이는 사막 한복판에 미래 형태의 도시를 만들어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켰다”며 “지웰시티를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모인 공간으로 조성해 외국인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공할 경우 개발이익이 크다는 점이 매력이다. 롯폰기힐스 신화를 만든 일본의 모리부동산 등 해외의 거대 부동산 기업들이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도 난개발을 막고 도시를 관광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합단지는 관(官)과 민(民)의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신도시급 복합단지는 단일 기업이 개발하기 때문에 택지 개발부터 토지 매입, 도시계획 설계 시공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면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복합단지는 사업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 요인이 많다. 지자체의 복잡한 심의를 감수해야 하고, 인허가 과정에서 당초 계획과 달리 가용 면적이 줄어들거나 인허가가 불발되는 등 리스크가 크다. 건설업계는 국내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연 두 회사의 과감한 승부수가 성공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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