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이재용전무, 경영일선 복귀 ‘초읽기’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2분


5월부터 그룹 내부활동 늘어… 내년초 승진설 솔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사진)가 특별한 보직 없이 1년 가까이 해오던 해외 순환근무를 접고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작년 4월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난 뒤 10월부터 1년 가까이 해외에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해 왔다.

이 전무가 새 직책을 맡아 경영에 복귀할 시점은 삼성그룹 인사가 예정된 내년 초가 유력하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 순환근무를 시작한 이래 삼성이 직간접으로 꾸준히 공개해 온 이 전무의 일정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20일 핵심소재 제조업체인 일본 아사히글라스를 방문하는 일정에서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6건의 이 전무 일정을 공개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첫 6개월과 나중 5개월은 차이를 보였다. 이 전무는 해외근무 첫 6개월 동안(2008년 10월 말∼2009년 4월 말) 주로 하워드 스트링어 일본 소니 회장, 랠프 델라베가 미국 AT&T 최고경영자(CEO) 등 해외 고객 및 협력사를 만나거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 유력 인사를 만나는 데 주력했다. 이 시기에 그룹 경영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등 국내에서 활동한 일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7개월째를 맞은 올해 5월 이후 이 전무의 행보는 사뭇 달라졌다. 그룹 내부 경영활동과 국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올해 6월 충남 아산에서 사내(社內) 행사로 열린 액정표시장치(LCD) 제품 출하식에 참석한 데 이어 7월 삼성전자 완제품(DMC)부문 해외법인장 회의 참석자들과의 저녁 뒤풀이 자리에도 가는 등 조직 내부와의 스킨십을 늘렸다.

이달 초에는 캐나다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전무는 이 자리에서 “제조업의 힘은 현장의 기능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무가 기능올림픽 현장에서 그룹의 핵심인 제조업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은 앞으로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맞춰 최근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체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략기획실 부활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이 전무의 복귀에 대해서는 마케팅 등 삼성전자 현장조직 중심으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금도 대주주로 남아 있지만 고문이나 명예직의 형태로라도 그룹에 다시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삼성이 상당히 좋은 실적을 냈고, 이 중 대부분은 해외 시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스트링어 회장을 직접 만나 소니와의 LCD사업 결별설을 잠재우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승진연한 3년도 채웠다.

이에 따라 이 전무가 내년 초 부사장으로 승진해 중국삼성 등 해외사업을 맡거나 그룹 계열사 중 하나를 맡아 경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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