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윤 장관과 이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골자로 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실행 시기를 놓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등 갈등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논의가 정돈되고 금융위기 상황이 극복된 이후 충분한 연구 검토와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며 “내년에 금융시스템 보완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은법 개정 문제를 추진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1년 이상 논의한 만큼 현실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고 남겨진 과제는 다음에 논의하자”고 맞섰다. 또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설치된 한은법 개정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정에서 한은 의견을 많이 전달했지만 TF가 정부에 제출한 방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TF의 의견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은법 개정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위기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올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기획재정위 법안소위는 한은 설립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통화정책 수행을 위한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는 정부의 추가 검토 요구를 받아들여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면서 정기국회 전까지 정부안을 제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국민경제자문회의 TF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진 않지만 개정논의를 진행한다면 한은의 독립성과 금융위원회를 설립한 기본 정신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 짓고 최종 의견을 16일 정부에 전달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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