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 샴페인. 완벽에 가까운 포도가 아니면 제조를 하지 않아 1921년 이래 지금까지 세상에 빛을 본 빈티지가 36개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빈티지가 1997년산.
○ 클로 당보네 1995
작년 국내 12병 반입…400만원 넘지만 ‘품귀’
○ 동 페리뇽
볼테르, 詩에서 칭송…한국서도 ‘귀족’ 대접
가끔 샴페인 라벨에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s)’란 용어를 볼 수 있다. 블랑 드 블랑은 백포도 품종인 ‘샤르도네’만 사용해 만든 샴페인을, 블랑 드 누아르는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르’와 ‘피노 뫼니에’만 사용해 만든 샴페인을 뜻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상급 빈티지 샴페인 라벨에 유난히 이 용어가 많이 나타난다. 크뤼그의 ‘클로 뒤 메닐’, ‘살롱 퀴베S’, 테탱제의 ‘콩트 드 샹파뉴’는 대표적인 블랑 드 블랑이다. 미국 힙합 가수 제이지는 최근 ‘아르망 드 브리냑’이란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론칭했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르로만 만든 샴페인은 귀하다. 작년에 크뤼그는 ‘클로 당보네 1995’를 출시하였다. 이 회사에서 처음 선보이는 블랑 드 누아르 샴페인이다. 숙성 기간이 무려 12년에 이르고 총 생산량은 3000병 수준이다. 이 중 국내에는 고작 12병만 들어왔다. 가격은 400만 원을 훌쩍 넘겼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볼랭제의 ‘비에유 비뉴 프랑세즈(오래된 프랑스 포도나무)’는 원래 블랑 드 누아르의 대표 선수다. 필록세라(19세기 후반 전 유럽 포도농장을 덮친 진드기)의 침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는 희귀성이 더해져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쩔쩔매게 하는 와인 중 하나다. 피노 누아르와 피노 뫼니에를 블렌딩한 블랑 드 누아르도 흔하진 않다. 포므리의 ‘윈터타임 넌빈티지’의 경우 75%의 피노 누아르와 25%의 피노 뫼니에가 블렌딩됐다.
일찍이 프랑스 문호 볼테르가 그의 시 ‘사교계’에서 ‘이 거품나는 상큼한 와인/프랑스인들의 앙큼한 연인’이라 칭송한 샴페인은 ‘동 페리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그 명성이 대단하다. 해마다 비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를 거의 반반 섞어 만든다. 또 다른 샴페인 명가 뢰드레르의 ‘크리스탈’ 역시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가 매해 비슷한 비율로 블렌딩된다.
흔히 축하할 일이 생기면 먼저 샴페인을 떠올린다. 이 가을, 샴페인을 먼저 준비하고 축하할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미처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세상엔 감사하고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청해야 할 수많은 이유가 널려 있다.
김혜주 와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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