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의 땅값이 상승했다. 영국은 섬나라다. 바다를 메워서 약간 땅을 넓힐 수는 있지만 땅 자체를 해외에서 사올 수는 없다. 땅은 수입해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매입 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것이 땅값이 장기 상승한 이유였다. 그런데 계속 오르던 땅값은 어느 날 영국 정부가 내린 조치 하나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그 조치는 바로 유럽 대륙으로부터 밀 수입을 자유화하는 조치. 영국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다. 그동안 밀을 해외에서 수입하지 않고 영국 내에서 생산하는 밀만 먹었기 때문에 인구가 늘거나 경제가 성장해 밀 값이 오르게 되면 밀을 생산하는 영국의 땅값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밀 수입이 자유화하면서 해외로부터 영국 내 생산가격의 절반 또는 3분의 1 가격으로 밀을 사올 수 있게 됐다. 이는 간접적으로 땅을 싸게 사오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인식이 퍼지면서 영국의 땅값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영국인 이코노미스트의 예측대로 일본의 땅값은 1991년을 정점으로 20년 가까이 하락국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974년을 100으로 한 전국 상업지 가격지수는 1991년 249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말에는 71까지 하락했습니다. 버블 붕괴의 영향도 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땅도 간접적으로 수입해 올 수 있다는 영국의 경험이 일본에서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산물 수입 자유화, 해외여행 자유화,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등으로 한국도 이제는 얼마든지 땅을 간접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노후대비 자산관리의 관점에서도 한국은 땅이 좁은 나라다’, ‘땅은 수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 ‘재산은 땅에 묻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었다면 이제는 그 신화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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