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금강산 신입사원 수련회 올해도 못하나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6분


10년전부터 이어온 전통
황강댐 방류로 무산될 듯

현대그룹이 그룹의 상징적인 행사인 금강산 신입사원 수련회를 올해에도 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22일 “올해 9월로 예정한 수련회 개최 일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일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금강산 수련회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입사원 수련회는 현대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행사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일정이 바쁜 상황에서도 신입사원 수련회에는 꼭 참석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신입사원들과 모래판에서 씨름을 하거나 밤새 술을 마셨다는 일화를 남길 정도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숙원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자 이듬해인 1999년 수련회 장소를 금강산으로 정했다. 2001년 3월 타계하기 몇 달 전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수련회 참석을 생각했을 정도라고 현대 측 관계자는 전했다.

대북사업을 이어받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 전통을 중시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04년부터 금강산에서 고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의 추모식과 함께 신입사원 수련회를 열고 있다. 격년제로 치러졌던 이 행사는 2007년 연례행사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로 열리지 못했다.

현대 측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180여 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올해 수련회를 국내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다가 현 회장의 전격적인 방북이후 기존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올해 금강산 수련회를 추진했었다. 지난달 현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관광사업 재개 등 5개항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귀환하자 9월 중순을 내부적인 금강산 및 개성 관광사업 재개 목표날짜로 잡아 실무준비를 추진하면서 수련회 재개도 검토한 것.

하지만 정부가 북한 관광재개에 대해 ‘신중 모드’를 고수하고, 이달 6일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남측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상황은 빠르게 냉각됐다. 이런 주변 정황 등으로 올해 현대의 금강산 신입사원 수련회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현대 관계자는 “최근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고 북핵 타결책도 거론되고 있어 대북 관광사업 재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