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빈폴, 글로벌 브랜드로 제2 도약”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6분


국내 캐주얼시장 점유 1위… 자율경영제로 매출 ‘쑥쑥’
중국에만 매장 27곳… 아시아시장 진출 확대 추진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1993년 나온 제일모직의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광고 카피는 지금도 여전히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치며 국민소득이 늘어나자 제일모직은 국내 프리미엄 캐주얼 시장의 확대를 내다보고 1989년 빈폴을 세상에 내놨다.

1990년대 초반 미팅 때 ‘그녀’를 잡기 위해 비교적 비싼 빈폴을 사 입던 당시 대학생들은 이제 30, 40대가 돼서도 여전히 빈폴을 입는다. 예나 지금이나 빈폴 셔츠엔 자전거 로고가 있는데, 운 좋게도 자전거는 요즘 최고의 인기다. 20주년을 맞은 빈폴의 장수 비결은 뭘까.

○ 고급 이미지를 지켜낸 고집

1989년 첫해 30억 원(제일모직 패션부문의 1%)이었던 빈폴의 매출은 지난해 4100억 원(제일모직 패션부문의 36%)으로 성장했다. 국내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지키는 1위다. 올해엔 450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생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빈폴은 어떻게 건재했을까.

첫째,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 관리다. 콩이 많이 나는 미국 보스턴 지역의 고풍스러움을 추구하며 ‘콩 줄기(bean pole)’로 브랜드 이름을 짓고, 영국 신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자전거 로고를 착안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패션 브랜드들이 너나없이 할인 정책을 펼칠 때 빈폴은 ‘논 디스카운트(Non-discount)’ 정책으로 고급 이미지를 지켰다.

둘째, 안정적 사업 구도다. 빈폴은 레이디스, 골프, 키즈, 액세서리 등 6개 서브 브랜드를 두고 각각의 분야에서 골고루 실적을 내고 있다. ‘컴퍼니 제도’(회사 내 작은 회사)라는 브랜드 자율 경영제도를 도입해 독자적 스피드 경영이 가능케 했다.

○ 해외 진출로 제2의 도약

빈폴은 2001년 국내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폴로’의 아성을 무너뜨린 후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2년 제일모직에 합류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상무는 2007년 박창근 전 리바이스 코리아 사장을 영입해 빈폴 컴퍼니장(전무)을 맡겼다. 지난해엔 미국 뉴욕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내고 이곳에서 디자인한 ‘트래블 라인’ 60여 모델을 다음 주부터 국내에서 선보인다.

2005년 진출한 중국엔 지금까지 27개 매장을 냈다. 박창근 빈폴 컴퍼니장은 “국내에서 줄곧 1위를 하는 건 기회이자 위기”라며 “중국 이외 다른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각국 시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빈폴은 유통채널 비중 중 수수료가 높은 백화점이 약 70%로 직영점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윤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대이던 빈폴의 성장세가 최근 10%대 전후로 다소 주춤해졌다”며 “서브 브랜드를 좀 더 확대하고 디자인 변화를 꾀해야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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