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어느 날 밤 경북 봉화군의 한 인삼 농장. 인삼 전문 도둑 A 씨는 농장 담을 노련하게 뛰어넘었다. 농장 바깥에 설치돼 있는 보안장치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안심한 A 씨는 인삼 밭을 유유히 걷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당신은 사유지를 침해했으니 속히 이탈하십시오”라는 방송이 농장 전체에 연이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농장 주인과 이웃 주민 2명의 휴대전화에는 ‘침입자 발생’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떴다. 농장 주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검거됐다.
이상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해 23일 발표할 ‘농작물 도난방지 장치 시스템’이 작동했을 경우 상상할 수 있는 가상 장면이다. 정보보안기기 업체 ‘엘엔에스’는 기술을 이전받아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수익금 일부를 기술료로 농진청에 지급한다.
이 장치는 각종 농작물은 물론이고 축산물 농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말 그대로 ‘소 잃기 전 외양간’, 그것도 ‘첨단 테크놀로지 외양간’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이 이 첨단 도난방지 장치 개발에 나선 이유는 인삼, 산삼 등 고가(高價)의 농작물 중심으로 도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6년산 인삼 750g가량만 훔쳐도 약 6만 원을 받고 시중에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산물과 임산물 도난 건수는 2005년 1553건에서 2008년 2129건으로 늘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가의 도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처음으로 IT 도난방지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며 “기존에 농가에서 쓰인 장치들과 달리 농장 내부에도 센서를 설치할 수 있어 도난 방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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