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5>녹색가전―‘친환경 전도사’ 김정은 씨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6분


코멘트
TV볼륨 낮추세요, 지구가 웃는답니다
헤어드라이어 대신 수건, 촛불 켜고 대본연습 실천
가전 살땐 에너지등급 체크,알아도 지키기 어렵지만
일단 몸에 배면 편해요

《8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문가 양성 과정인 ‘건국대 그린 경영 임원’ 2기 입학식이 열렸다. 각계각층의 5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는 탤런트 김정은 씨(33)도 있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저마다 환경과 관련해 ‘거창한’ 의견을 내놓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딱히 준비한 말도 없는데…. 이윽고 차례가 됐다. “저 사실은…, 배우러 왔어요.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 등 환경에 대한 얘기들이 자주 들리는데, 그간 잘 몰랐고요. 그런데 ‘녹색 가전을 사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자’ 같은 추상적인 얘기는 누구나 하지만 제대로 지키기 힘든 게 에너지 절약 아닐까요? 그저 생활의 일부, 혹은 수학 공식처럼 자연스럽게 몸에서 우러나올 수 없을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얼추 친환경, 녹색가전 전도사가 돼 있었다.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식객 2’ 촬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광주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동아일보 ‘헬로그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인터뷰인 것 같아요!”라고 반색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건국대 예술학부 학생(1학년)이기도 한 김 씨가 수강하는 ‘그린 경영 임원’ 코스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 국제환경규제나 기후변화협약, 그린 비즈니스 등을 배우며 각자 분야에서 친환경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과정의 목표다. 평소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냐는 질문에 “친환경 화장품을 구입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기본적인 것들만 해 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그린 경영’을 외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한 가전회사의 살균기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요. 화학세제 없이 물로만 세균을 제거하는 친환경 전자제품인데, 단순히 모델 역할만 하는 게 옳은 건지 의구심이 들었죠. 녹색가전이 뭔지, 친환경 제품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죠. 연예인으로서 분명 할 수 있는 몫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가 떠올린 것은 녹색가전 사용과 에너지 절약 실천이었다. 더울 때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켜고, 냉장고 문 여는 횟수를 줄이는 등 거창한 결심 없이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겼다. 실제 냉장고의 경우 하루 문 여는 횟수를 4회씩만 줄여도 한 달 평균 0.8kWh를 덜 쓴다. 대본 읽을 때 전기스탠드 대신 초 켜기, 머리 감은 후 드라이어 대신 수건으로만 말리기 등도 실천했다. 김 씨는 “초를 켜 놓으면 집중이 잘 되고, 드라이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머리가 덜 손상된다”며 “친환경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가전 구입 노하우로 이어졌다. 세탁기, TV를 구입할 때 그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전자제품 옆면 혹은 뒷면에 붙은 ‘에너지 효율’ 표. 평소에도 옷, 세제, 먹을거리 등을 구입할 때 ‘성분표’를 꼼꼼하게 읽는다는 그는 최대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1등급이나 2등급의 효율적인 전자제품을 구입한다고 했다.

친환경 가전제품을 쓰고 있는 김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기초지식을 물어봤다. 총 10가지 항목 중 그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6개였다. ‘가전제품 사용시간 외에는 플러그 뽑기’, ‘냉장고 문 여는 시간 10초 줄이기’. ‘에어컨 사용시간 하루 1시간 줄이기’. ‘여름철 실내 설정온도 26∼28도로 맞추기’ 등의 항목에선 “오, 저 이거 꼭 지켜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에어컨을 하루 1시간 적게 쓰면 한 달 평균 51.8kWh, 실내 설정온도를 26∼28도로 맞추면 22.4kWh를 각각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김 씨도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냉장고 음식물은 60%만 넣기’, ‘진공청소기 속도 한 단계 낮춰 조절하기’ 등의 항목에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컴퓨터, TV 모니터의 밝기를 70%로 낮추기, 소리를 20% 정도로 줄이기 등은 “전혀 몰랐다”며 “이제부터라도 당장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조금만 돌이켜보면 현명하게 살 수 있다”며 “친환경적인 삶이 곧 경제적으로 사는 길”이라고 했다. 탤런트 김선아, 김원희 등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함께 실천하자고 말하고 싶다는 김 씨.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아끼고 절약하는 행동이 미혼인 그에게 억척스러운 ‘아줌마’ 이미지로 남는 건 아닌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쳤다.

“어휴 무슨 말씀이세요! ‘억척’은 콩나물 가게 가서 100원, 200원 벅벅 우기며 깎는 거죠. 친환경 실천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끼려는 마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더욱 꼼꼼하고 깐깐한 골드미스가 되고 싶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