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전문가 양성 과정인 ‘건국대 그린 경영 임원’ 2기 입학식이 열렸다. 각계각층의 50여 명이 모인 이 자리에는 탤런트 김정은 씨(33)도 있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저마다 환경과 관련해 ‘거창한’ 의견을 내놓아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딱히 준비한 말도 없는데…. 이윽고 차례가 됐다. “저 사실은…, 배우러 왔어요.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 등 환경에 대한 얘기들이 자주 들리는데, 그간 잘 몰랐고요. 그런데 ‘녹색 가전을 사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자’ 같은 추상적인 얘기는 누구나 하지만 제대로 지키기 힘든 게 에너지 절약 아닐까요? 그저 생활의 일부, 혹은 수학 공식처럼 자연스럽게 몸에서 우러나올 수 없을까요?”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씨는 얼추 친환경, 녹색가전 전도사가 돼 있었다.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식객 2’ 촬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광주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동아일보 ‘헬로그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인터뷰인 것 같아요!”라고 반색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건국대 예술학부 학생(1학년)이기도 한 김 씨가 수강하는 ‘그린 경영 임원’ 코스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 국제환경규제나 기후변화협약, 그린 비즈니스 등을 배우며 각자 분야에서 친환경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과정의 목표다. 평소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냐는 질문에 “친환경 화장품을 구입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기본적인 것들만 해 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그린 경영’을 외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한 가전회사의 살균기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요. 화학세제 없이 물로만 세균을 제거하는 친환경 전자제품인데, 단순히 모델 역할만 하는 게 옳은 건지 의구심이 들었죠. 녹색가전이 뭔지, 친환경 제품이 뭔지 제대로 알아야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죠. 연예인으로서 분명 할 수 있는 몫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가전 구입 노하우로 이어졌다. 세탁기, TV를 구입할 때 그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전자제품 옆면 혹은 뒷면에 붙은 ‘에너지 효율’ 표. 평소에도 옷, 세제, 먹을거리 등을 구입할 때 ‘성분표’를 꼼꼼하게 읽는다는 그는 최대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1등급이나 2등급의 효율적인 전자제품을 구입한다고 했다.
친환경 가전제품을 쓰고 있는 김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너지 절약과 관련한 기초지식을 물어봤다. 총 10가지 항목 중 그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6개였다. ‘가전제품 사용시간 외에는 플러그 뽑기’, ‘냉장고 문 여는 시간 10초 줄이기’. ‘에어컨 사용시간 하루 1시간 줄이기’. ‘여름철 실내 설정온도 26∼28도로 맞추기’ 등의 항목에선 “오, 저 이거 꼭 지켜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에어컨을 하루 1시간 적게 쓰면 한 달 평균 51.8kWh, 실내 설정온도를 26∼28도로 맞추면 22.4kWh를 각각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김 씨도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냉장고 음식물은 60%만 넣기’, ‘진공청소기 속도 한 단계 낮춰 조절하기’ 등의 항목에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컴퓨터, TV 모니터의 밝기를 70%로 낮추기, 소리를 20% 정도로 줄이기 등은 “전혀 몰랐다”며 “이제부터라도 당장 실천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조금만 돌이켜보면 현명하게 살 수 있다”며 “친환경적인 삶이 곧 경제적으로 사는 길”이라고 했다. 탤런트 김선아, 김원희 등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함께 실천하자고 말하고 싶다는 김 씨.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아끼고 절약하는 행동이 미혼인 그에게 억척스러운 ‘아줌마’ 이미지로 남는 건 아닌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쳤다.
“어휴 무슨 말씀이세요! ‘억척’은 콩나물 가게 가서 100원, 200원 벅벅 우기며 깎는 거죠. 친환경 실천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끼려는 마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더욱 꼼꼼하고 깐깐한 골드미스가 되고 싶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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