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력산업의 경쟁 촉진을 위해 도입한 구역전기사업이 겉돌고 있다.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땅값이 급등해 경영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한전의 반대에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구역전기사업제도는 수도권 등 신규 개발지역에 열병합발전소를 갖추고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허가받은 구역 안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방식은 LNG를 써서 친환경적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기존 석탄 등에 비해 30∼40% 줄어든다.
또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할 수 있어 효율은 30∼40% 높다. 각 지방 도심에 있어 막대한 송전설비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적용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2004년 7월 제도 도입 이후 허가받은 사업은 총 31개에 달한다.
문제는 연료인 LNG 가격이 급등해 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허가를 반납하거나, 일반 발전사업자로 전환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것. 작년 말 현재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전체 31개 사업지구 중 19개뿐이며 대구 죽곡지구 등 5곳이 상업운전 중이다. 허가를 받았던 8곳도 일반 발전사업자로 전환했고, 3곳은 전기사업을 포기(열사업 전환)했으며, 1곳은 허가를 반납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하려는 업체들은 한전의 반대와 비협조가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한전은 “이 제도는 불합리한 제도여서 전기요금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구역전기사업자들 회의에서 구역전기사업자들은 “한전 관계자들이 사업장에 찾아와 발전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경부는 한전에 경고를 했지만 한전은 아예 사업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업계는 “현행 전기사업법에서는 배전과 판매사업이 한전에 독점되어 있지만 구역전기사업은 한전 독점이 아니어서 독점 체제가 위협을 받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한국자원경제학회는 본보가 입수한 용역 보고서에서 ‘구역전기사업은 발전소는 지방에,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에서 전력을 지방마다 분산공급해 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민간이 진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이) 자신들의 독점적 사업영역에 민간부문이 진입하여 구역전기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도입 취지 및 정책적 당위성에 부정적인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열 수요가 없는 여름철에는 구역전기사업자들이 발전기를 돌리는 대신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사서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용역을 맡았던 한양대 윤원철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역전기사업은 에너지 효율성, 환경, 전력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구역전기사업:
에너지 효율과 환경 개선 효과 등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신도시 등에 열병합발전설비를 갖추고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일정 구역 안에 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민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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