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중에는 유동성 자금이 넘치고 있다.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하자 원금 가까이 회복된 펀드를 환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환매 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돈을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단기성 예금 등에 넣으면서 부동성(浮動性) 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다 보니 거액의 자금이 일시에 몰리는 공모주 발행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산가들은 지금의 시장 상황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강하게 상승하자 앞으로 투자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모습이다. 이들은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증시의 주도세력이 기관투자가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개인투자자들의 환매로 주식을 청산하면서 비중을 줄이는 사이에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표주들을 거의 싹쓸이하면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자산가들은 최근 한국에 투자되는 자금의 특징이 기관성 장기투자라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과연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을 던진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7%대까지 빠졌으나 현재는 31% 수준으로 다시 늘어났다.
최근 많은 자산가들은 주식과 펀드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자금이 은행과 증권사의 단기 고금리 수신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MMF보다 수익률이 나은 특정금전신탁(MMT), 3개월 이내 단기채권 등에 거액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MMT는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금융회사의 발행어음이나 초단기자금(콜자금) 대출 등에 투자하는 단기 자금운용상품.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좀 더 안정된 고금리를 제공하는 MMT에 자산가들이 눈길을 돌리는 것. 금액별로 금리가 차등 적용되지만 수시입출금예금(MMDA)과 비교하면 금리가 1%포인트가량 높다.
낮은 펀드 수익률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한 자산가들은 당분간 펀드 투자가 싫다며 고금리 회사채의 만기매칭(채권과 펀드 만기를 같게 하는 것)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채 펀드에 자금을 묻어두기도 한다. 일부 고객들은 직접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연일 무섭게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매수 타이밍과 종목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일찌감치 증시에 뛰어들어 랠리를 즐기는 자산가들도 있지만 매수 타이밍을 놓친 자산가들은 상투를 잡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며 섣불리 투자를 시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고객들도 최근엔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매수 자금은 있지만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매매로 잘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자산가들은 자금을 단기로 굴리면서 향후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지켜보며 투자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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