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윈도]라면-콜라의 귀환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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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버거하고 콜라 한 잔 주세요.”

기자의 지인인 A 씨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한창 ‘웰빙(참살이)’ 열풍이 불 때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탄산음료입니다. 그는 갑자기 왜 다시 콜라를 찾게 된 걸까요. A 씨는 “몇 년 동안 햄버거를 먹을 때 오렌지주스를 같이 먹었는데 사실 그다지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며 “적당히 마시는 건 몸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햄버거 가게에 오면 다시 콜라를 마신다”고 설명하더군요.

콜라와 라면 등 익숙한 예전 먹을거리들이 속속 소비자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계속 매출이 줄어들던 식품들이지만, 지난해부터 오히려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탄산음료 브랜드인 코카콜라는 급격히 늘어나는 매출에 고무돼 있습니다. 2009년 들어 탄산음료 매출이 1분기(1∼3월)에 지난해 동기 대비 10% 늘어난 것에 이어 2분기(4∼6월)에도 18.6%가 늘어났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10% 이상 매출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국내 최대 라면업체인 농심도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농심은 2004년 참살이 열풍의 직격탄을 맞고 2007년까지 매출이 감소하다 지난해 10% 매출 상승을 이뤘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이 18% 늘어나 회사는 집 나갔던 ‘탕자’가 새사람이 돼서 돌아온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 제품들의 매출이 늘어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 ‘경기 침체’일 것입니다. 손욱 농심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라면 매출 상승은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영향일 것”이라고 분석하더군요.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익숙하고 비교적 저렴한 이 제품들에 손길이 간다는 의미입니다. 또 녹차 음료와 와인 판매량이 줄어드는 현상에서 보듯 참살이 열풍이 예전보다 사그라지는 것도 이들 제품의 판매 신장에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경기 요인이나 트렌드 변화에 따른 성장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코카콜라와 농심 두 회사가 최근 내놓고 있는 건강식품에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최근 매출 상승에 외부 환경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면, 바뀐 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진정으로 돌아오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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