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전문 사모투자펀드(PEF)인 ‘서울인베스트’가 법정 관리 상태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22일 쌍용차의 고위 임원을 만나 “기관투자가 모집을 통해 6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모아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서울인베스트 외에도 해외 기업 2, 3곳과 인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러시아 회사는 아니다”고 밝혔다.
○ 쌍용차 측 아직 신중한 태도
박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 회생 로드맵과 주요 투자자를 확보해 쌍용차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2년 설립한 서울인베스트는 S&T그룹 인수합병(M&A)에 뛰어들어 직접 투자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전력의 발전사업 분할 매각, 금호석유화학 사업구조조정, 한국시멘트 경영권 분쟁 등에도 관여한 바 있는 사모투자펀드 전문회사다.
박 대표는 “내년 초 쌍용차를 인수한 뒤 3년 안에 확실한 회생 징후를 보여 주고, 5년 안에 실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이 같은 계획을 알리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도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인베스트의 쌍용차 인수 추진은 최근 지식경제부가 “쌍용차의 인수 업체로 꼭 전략적 투자자(SI)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며 “재무적 투자자(FI)가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한다”고 밝힌 것과도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쌍용차 측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FI보다 자동차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서울인베스트와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쌍용차 측은 22일 만남에서 서울인베스트 측에 ‘단기적인 이익 추구보다 장기적인 회생 관점에서 접근해 달라’고 요청했고, 서울인베스트 측은 투자가 모집을 위한 자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콘셉트카 디자인 밋밋해”
이와 별도로 쌍용차는 신차 ‘C200’(프로젝트명)의 출시 시점을 내년 6월 말경으로 잡고, 디자인 변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4월 서울모터쇼에서 콘셉트카 부문 ‘최고의 차’로 선정되기도 한 C200은 쌍용차의 야심작으로, 쌍용차는 파업 사태 전까지 이 차량을 만들기 위해 기존 생산라인을 완전히 개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C200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부에서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평가가 있어, 출시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시장에서 팔리는 차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인업체인 ‘이탈디자인’과 미국의 유력 시장조사기관 ‘JD파워’ 등에 C200 디자인 변경에 대한 조언을 요청한 상태다. 쌍용차는 이탈디자인과 JD파워, 그리고 자체 디자인팀이 검토한 안을 두고 10, 11월 디자인 변경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금형을 만든 상태라 대대적인 변경은 어렵지만 앞부분과 뒷부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의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C200의 원안 디자인에도 참여한 이탈디자인은 ‘현재의 디자인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