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리 현대차노조 위원장 15년만에 탄생

  • 입력 2009년 9월 25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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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대차지부 선거에서 당선된 이경훈 당선자(가운데)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현대차지부 선거에서 당선된 이경훈 당선자(가운데)가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이 15년 만에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집행부 수장을 선출하는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현대차노조는 1차 선거에서 1,2위를 차지한 중도·실리 노선의 기호 1번 이경훈 후보(49) 후보와 강성 성향의 기호 3번 권오일 후보(43)가 치른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가 전체 투표자 4만288명(투표율 89.8%. 총 유권자 4만4869명) 중 2만1177표(득표율 52.56%)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고 25일 밝혔다. 권 후보는 1만8929표(46.98%)를 얻는데 그쳐 2248표의 표 차이로 낙선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제3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10월부터 2년간이다.

이 당선자는 중도 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현장노동조직인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에서 출마했다. 중도 실리 후보가 당선되기는 1994년 이영복 전 노조위원장 당선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 당선자는 1997년 7대 노조위원장 선거에 처음 출마해 1차에서 탈락하는 등 내리 6차례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중 4차례는 1차 선거에서는 1위로 2차 결선까지 갔지만 항상 막판에 결집하는 강성 현장노동조직에 밀려 역전패당했다.

이 당선자는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노조도 무너진다'면서 선거운동 초반부터 반 금속노조 분위기를 주도하는 등 강성 후보 측과 색깔을 달리하면서 투쟁지향적인 노동운동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조합원을 집중 공략,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1차 선거에서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이 후보를 포함한 중도실리 후보가 2명이나 출마해 변화가 예고된 데다 이들 후보가 실제 57% 이상의 득표율을 보여 결선에서도 우위가 점쳐졌다. 또 1차 선거의 재투표 혼란도 논란에서 비켜서 있던 이 당선자에게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도실리 노선의 이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동안 투쟁지향적이었던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산하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와의 관계는 새롭게 재정립될 수밖에 없고 현대차 노사관계도 투쟁보다는 실리와 합리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2004년 민노총 탈퇴 이후 온건, 합리주의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강경 투쟁을 반복해온 현대차 간의 임금 및 복지수준을 비교하며 조합원 복지 향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10대 선거공약으로 내건 올해 임단협 연내 타결, 주간2교대제 완전타결, 상여금 800%(현 750%) 인상, 평생고용안정 보장선언, 정년 연장(현재 59세) 등은 쉽지 않은 과제여서 노사협상 과정에서 갈등도 예상된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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