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고객을 슬로건에 빠뜨려라”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큰 大 믿을 信… Create with you… True友riend… My∼

한국 증권업계에서 훌륭한 브랜드나 슬로건을 만드는 것은 아주 절실한 과제다.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는 증권사들도 영업 방식이나 상품 구조 등은 각기 별다른 개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일반 소비재 기업과 달리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대신증권은 ‘큰 대(大), 믿을 신(信)’이라는 유명한 슬로건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1986년 양재봉 창업자가 직접 만들어낸 표현이다. 이 소리가 마치 옛날 서당에서 ‘하늘 천(天), 따 지(地)’라고 천자문을 읽을 때의 리듬과 비슷해 한국인의 정서에도 잘 맞는다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글로벌 트러스트(Global Trust)’라는 후속 슬로건을 2년 전부터 병행해 쓰고 있다. 믿음(trust)을 국내에서 세계로 전파한다는 취지로, 기존 슬로건의 개념을 확장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Create with you’라는 슬로건을 올해 5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원래 이 회사는 ‘삼성증권’이라는 회사 이름 외에는 마땅한 슬로건이 없었다. 박준현 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하자마자 ‘브랜드 경영’을 선포하면서 즉시 새로운 슬로건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고객(you)과 함께 새로운 투자문화,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create)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트루 프렌드(True友riend)’라는 슬로건을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다. 풀이하자면 진정한 투자파트너는 남들이 ‘Yes’라고 할 때 과감히 ‘No’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여야 한다는 뜻. 한국투자증권의 이희주 홍보실장은 “남들이 살 때 우르르 사고, 남들이 팔 때 자기도 팔아버리는 투자문화에서 고객에게 진정한 친구처럼 직언을 해준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부자아빠’는 이 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각종 펀드, 랩어카운트 상품에 붙는 기본 상품 브랜드다.

동양종금증권은 ‘My’ 브랜드를 1999년부터 10년째 쓰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 이름인 ‘마이애셋(MyAsset)’을 비롯해 ‘MyLoan(대출상품)’, ‘MyPrime(고객우대제도)’, ‘MyPoint(마일리지제도)’ 등 신규 서비스나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 브랜드를 어김없이 사용하면서 대중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9월 1일 굿모닝신한증권에서 회사 이름을 바꾼 신한금융투자는 ‘긍정의 힘’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투자를 할 때는 항상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를 잘 만나고 본인도 열심히 연구하면 좋은 투자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뜻을 담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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