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25일 회사자금 150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는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60)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사장은 전날 연락을 끊고 한때 잠적했지만 검찰이 체포영장을 즉각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자 25일 오후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장은 대한통운 부산지사장으로 근무했던 2001∼2005년 당시 부산지사 기획팀장인 유모 씨(45·구속·현 경남 마산지사장)와 함께 320차례에 걸쳐 회사자금 89억여 원을 유 씨 등의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이 사장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곧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검찰조사에서 “회사가 법정관리 중이라 판공비 등이 부족해 관례적으로 조성된 자금을 모두 회사를 위해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이 사장 외에도 부산지사 관계자 2명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사장의 횡령 금액이 유 씨와 짜고 조성한 89억여 원을 포함해 총 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장의 비자금 조성 경위가 확인되면 이 사장이 이를 개인적으로 착복했거나 거래처에 전달한 경우 외에 정관계 고위인사에게 금품로비를 벌였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