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 15년만에 實用으로

중도파 이경훈 지부장 당선
“파업은 전술이지 결코 투쟁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갖고 있는 노동3권 되찾아오겠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새 지부장으로 투쟁보다는 조합원 권익을 우선시하는 중도실리 노선을 걷는 이경훈 후보(49)가 뽑혔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중도실리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94년 이영복 위원장 이후 15년 만으로 향후 노동계의 판도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1차 선거(15일)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 후보와 강성 노선인 권오일 후보(43)가 치른 2차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가 당선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총조합원 4만4869명 가운데 4만288명(투표율 89.8%)이 참여해 실시한 이번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는 2만1177표(득표율 52.56%)를 얻어 1만8929표(46.98%)를 얻은 권 후보를 2248표(5.58%포인트) 차로 제쳤다. 이 당선자는 다음 달부터 임기 2년의 제3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을 맡게 된다.

이 당선자는 당선 확정 직후 “금속노조는 과거의 교섭과 투쟁전략을 답습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금속노조가 종전과 같이 현대차 조합원을 계속 실망시킨다면 집행부 불신임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차 노조 대의원과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초강경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가 밝힌 초강경 조치는 금속노조 탈퇴 등을 의미한다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노동계는 중도실리 노선 후보가 현대차 지부장에 당선된 만큼 투쟁 지향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중도실리 노선을 추구하는 현장 노동조직인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전현노)’ 소속이다. 그는 1997년 7대 노조위원장 선거에 처음 출마해 탈락하는 등 내리 여섯 번이나 낙선한 끝에 당선됐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