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거 알아? 아무리 배려가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눈길도 안 준다는 거. 무조건 예뻐야 돼.' (기아자동차 '쏘울' TV 광고)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광고가 야해지고 '뻔뻔'해졌다. 달리는 모습과 인테리어에 집중하던 수년 전 자동차 광고들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면을 중시하고,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섹스 코드'를 강조한다. 10여 년 전이었다면 논란이 될만한 대목들도 있다.
●'뻔뻔해진' 현대·기아차 TV 광고
최근 시작한 투싼 ix 광고는 10여 개의 문구를 시간대별로 달리 방영해 마치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내용은 은근히 보는 이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평일 밤에는 '당신이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는 지금, ix는 그녀와의 멋진 밤을 준비하고 있다'는 카피가 나가는 식이다.
기아차 '포르테'는 남자편 광고에서 멋진 옷을 입은 남자 뒤로 '비거'(bigger·더 큰)라는 단어가, 여자편에서는 육감적인 춤을 추고 있는 모델 뒤로 '섹시어'(sexier·더 섹시한)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2도어인 '포르테 쿱' 홍보영상에서는 남자 운전자는 그대로인데 조수석에 앉은 여성은 바뀌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여성을 유혹하기 좋은 차'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포르테 쿱 TV 광고는 '원, 투, 쿱, 원, 투'라는 말과 비키니를 입은 여성 비치발리볼 선수, 보디빌더의 가슴 근육, 분열 중인 세포 등의 감각적인 영상을 계속 반복한다. 중독성 있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 든다.
●'성능 콤플렉스' 벗고 감성 강조
현대·기아차 광고 담당자들은 광고가 과감해진 이유에 대해 "'성능 콤플렉스'를 벗은 것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엔진 성능이나 극한 상황에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절벽 근처 커브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김동일 기아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2000년대 초부터 '성능에서 수입차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광고에서도 감성적인 면을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혼전동거나 이성교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과 달라지고 젊은 고객들의 성(性) 담론이 변한 만큼 광고도 그를 쫓게 된다는 것이다. 박진영 현대차 국내광고팀 대리는 "투싼 ix에 대한 신차 반응 조사에서 '섹시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며 "'섹시하다'는 것이 더 이상 부정적인 의견이 아닌 만큼 광고 콘셉트도 그런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오랜만에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차를 내놓는 등 20~30대 초반을 겨냥하는 차종들이 비슷한 시기에 광고를 하면서 감성 콘셉트가 강조된 측면도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도 중형 세단 이상 모델의 광고 전략은 '럭셔리'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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