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이 대출 상품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최고 6%포인트 이상으로 올려 과도하게 이자 수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를 산출하면서 조달원가 격인 CD금리의 두 배 이상이 되는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을 판매하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금리는 5.32∼9.04%로 CD금리(25일 현재 2.72%)보다 최고 6.32%포인트 높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금리가 5.71∼8.91%로 가산금리가 최고 6.19%포인트에 이른다. 하나은행도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가 6.28∼8.74%로 CD금리보다 최고 6.02%포인트 높았다. 코리보(KOLIBOR·국내 14개 은행의 기관별 금리를 통합해 산출한 단기 기준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외환은행은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가 5.94∼8.44%로 가산금리가 최고 5.74%포인트였다.
은행들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수익률이 올해 들어 급락하면서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대출에 대해 앞 다퉈 가산금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을 대거 조달한 데 따른 부담이 가산금리 인상의 주 요인이다. 일부 은행은 올해 들어 가산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올해 1월 말 신용대출 금리가 5.25∼7.75%로 코리보 금리보다 4.81%포인트 높았지만 최근에는 코리보 금리와의 차이가 5.7%포인트 안팎으로 늘었다.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7월 말 현재 2.61%로 1999년 5월(2.88%)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띠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 수 있다는 점. 직장인 황기홍 씨(35)는 최근 주거래은행에서 직장인 신용대출로 3000만 원을 금리 8.5%에 빌렸다.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금리 2.71%에 가산금리가 5.79%포인트 붙은 것으로 황 씨는 매달 이자로 20만8750원을 낸다.
앞으로 CD금리가 4%로 오른다면 황 씨가 내야 할 이자는 월 24만4750원으로 뛴다. CD금리가 지난해처럼 6%까지 오른다면 이자부담액은 29만4750원으로 불어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커져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가구가 늘면 가산금리를 큰 폭으로 높여놓은 은행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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