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근의 멘탈투자강의]오후의 경마장은 왜 ‘한탕’ 유혹 커질까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시간 지날수록 수익 기대치 증가
“한 번에 왕창 먹자” 베팅액 커져
증시 과열땐 ‘덜 위험한 투자’ 현명

요즘 투자심리가 좋은 까닭에 주식투자자들이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 시장은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나의 수익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으니, 한곳으로 몰아 투자하는 소위 ‘몰빵 투자’를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는 규모(신용잔액)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금을 투자의 기회로 생각하고 더 큰 수익을 잡기 위해 돈을 빌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는 엄밀히 다르지만 공통점이 꽤 많다. 경마장에서 마권에 베팅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잘 달리는, 즉 승률이 높은 말에 베팅을 많이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말이 우승을 해도 받게 되는 배당금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 말 이외 다른 말에는 돈을 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1등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말에 베팅을 했는데 운 좋게 이 말(dark horse)이 우승을 하게 된다면 엄청난 배당금이 터지게 된다. 다른 말에다 돈을 건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승률이 높은 말에 베팅을 하면 위험(리스크)이 적은 반면 수익(리턴)도 낮게 되지만(low risk, low return), 승률이 낮은 말에 베팅을 하면 위험은 높지만 우연치 않게 1등을 한다면 엄청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high risk, high return). 결국 모든 투자와 투기가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마장에서 마권에 베팅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자세히 관찰해 보자. 이들이 하루를 투자해 아침부터 경마를 시작한다고 할 때 오전에는 승률이 높은 말 위주로 베팅을 한다. 처음에는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아직 기대치가 높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오후로 가면 갈수록 초조한 나머지 승률이 낮은 말 즉, 투기성이 높은 말에 베팅을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이것을 당일오후효과(the-end-of-the-day effect, 또는 나중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어느 도박판에서도 일어나게 된다.

사람들은 왜 후반으로 갈수록 승률이 낮고 투기성 있는 말에 베팅을 하게 될까? 그것은 첫째, 당초 기대하는 것에 비해 수익이 잘 나지 않으므로 더 큰 베팅을 해야 성에 차기 때문이다.(돈을 많이 땄어도 마찬가지다.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여전히 더 증가하므로 베팅이 커진다) 둘째, 돈은 벌어야겠는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심리적 초조함이 작용한다. 셋째, 막연한 승부욕도 생긴다.

이는 마치 추석 같은 명절에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여서 화투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아주 적은 돈을 걸고 친선게임으로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룰을 바꿔 금액을 올리게 된다. 그런 경험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도박 참가자가 이런 당일오후효과를 이용하려면 오후에는 어떤 전략을 펴는 게 좋을까? 이 원칙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승률이 낮은 말에 점점 베팅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 원래 승률이 높은 말에 베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수익이 오전에 비해 더 많아진다. 잘 달리는 말이 우승할 때의 배당금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리스크는 똑같은데 배당금이 높아진 것은 좋은 기회를 의미한다. 경마는 어느 정도 제로섬(zero sum) 게임이므로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면 나는 그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선 어떻게 될까. 이 시장에선 남들이 베팅을 위험하게 했다 해도 그 반사이익이 나에게 오진 않는다. 다만 사람들의 베팅 규모가 커질 때 주가가 과다하게 오르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많고, 그때가 시장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용할 수 있다.

지금 증시의 시계가 하루 중 오전인지, 오후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투자를 하면 할수록 덜 위험한 방식으로 해야지 거꾸로 베팅을 키우다 보면 그날은 위험한 날이 된다. 만약 요즘이 투자의 오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당일오후효과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에 높이 올라갈수록 경치는 좋아지지만, 그만큼 정상이 가까이 온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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