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수제작 슈퍼카를 표방하며 탄생한 ‘스피라’. 과연 슈퍼카라는 명함이 어울릴지 테스트트랙에서 시승을 해봤다. 우선 디자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슈퍼카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넓고 낮게 깔린 차체와 날카로운 보디의 선,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공기흡입구는 익히 봐왔던 슈퍼카의 실루엣이다. 다만 2002년 스피라가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온 디자인이라 신선한 맛은 떨어진다. 일단 운전석에 올랐다. 수제작이어서 깔끔한 인테리어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부품의 맞물림 상태나 디자인이 나쁘지 않았다. 실내 전체는 가죽으로 잘 덮여 있는데 가죽이나 스티치의 색깔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등 뒤에서 2.7L 터보차저 엔진이 포효를 토해냈다. 스피라는 엔진이 승객 공간 뒤에 있는 미드엔진 방식이다. 배기음이 페라리 스타일의 고음은 아니고 다소 컬컬한 느낌이다. 1단을 넣고 상당히 무거운 클러치를 조심스럽게 붙인 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냅다 가속을 시작했다. 엔진 회전수는 순식간에 올라간다. 정신없이 2, 3, 4, 5단을 지나 최고단인 6단을 넣었다. 회전수가 묶여있는 6000rpm에 이르자 속도계는 시속 270km을 가리켰다.
시간을 측정해보진 못했지만 그 속도까지 올라가는 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 가속되는 느낌이 500마력대인 메르세데스벤츠 AMG 모델 수준이다. 본래 엔진은 7000rpm까지 돌릴 수 있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임시로 6000rpm까지로 세팅을 했다고 한다. rpm 제한을 풀면 어렵지 않게 시속 300km는 돌파할 수 있을 듯했다.
시속 270km에서도 불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엔진의 힘으로 그냥 날아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합리적인 컨트롤이 가능했다. 스피라 개발진이 기울인 지난 9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보였다. 다만 운전대와 도로의 노면이 직접 연결된 듯한 핸들링의 직결감은 다른 슈퍼카보다는 부족했다. 또 도로의 노면이 거친 곳이나 급격한 핸들링을 할 때 차체에서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울림모터스 측은 “정식 판매 차량은 이런 문제들을 모두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러치의 상태가 좋지 않고 rpm 제한 때문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생각보다 느린 5초 후반으로 나왔다. 모든 기능이 정상작동하면 4초 정도로 빨라질 듯했다. 전반적으로 차의 완성도와 성능은 양산 직전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클러치와 잡소리, 운전대의 느슨함 등 소소한 몇 가지만 마무리하면 최소한 성능 면에서는 슈퍼카의 턱밑까지 쫓아갔다고 평가된다. 회사 측이 밝힌 스피라 터보 모델의 제원은 최고출력 450마력, 최고속도 시속 305km, 제로백 3.8초다. 가격은 1억 원을 살짝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현재 스피라는 국내 판매를 위한 형식 승인 42개 항목 중 80% 정도를 통과했다”며 “20대의 차량이 필요한 충돌테스트만 통과하면 올해 안에 승인을 받고 내년 상반기에 판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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