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신한은행 본점에서는 긴급 비상회의가 열렸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이 은행 남부터미널금융센터에서 5명의 직원이 무더기로 신종 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18명 중 5명이 신종 플루에 걸린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5일부터 남부터미널금융센터의 영업휴무를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휴무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은행 이미지보다 고객 안전을 더 고려했다”며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객 안전을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격려 의견을 보내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신종 플루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안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요즘처럼 고객들이 안전에 신경을 쓸 때 ‘우리 회사는 제품보다 (고객) 안전을 판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안전 마케팅의 핵심이다. 신한은행 사례는 자칫 은행 입장에서 ‘재앙’이 될 수 있었던 신종 플루 발병을 오히려 ‘고객 안전을 위해 은행 지점까지 폐쇄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꾼 대표적인 케이스. 이런 안전 마케팅은 고객이 배려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최근 많은 기업에선 안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벤트도 열고 있다.
K2코리아는 11월 1일까지 주말마다 전국 주요 등산지를 돌며 등산화 무료 수선 및 살균 서비스를 해주는 ‘K2 산행안전 캠페인’을 벌인다. 2007년부터 하던 행사지만 최근 고미영 대장의 사망과 25일 실종된 히말라야 원정대 등 산악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용재 K2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국내 등산인구는 급격히 늘었지만 가장 중요한 장비 점검 등이 아직 미흡해 등산화 수선 이벤트를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등산 안전과 관련된 캠페인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GM대우,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추석 연휴 전날인 다음 달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서비스센터를 설치하고 차량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들 회사는 엔진과 브레이크, 타이어를 점검해 주는 것은 물론 냉각수와 엔진오일 등 소모성 부품은 무료로 갈아 준다. 명절 교통사고라는 ‘위기’에 대비한 안전 마케팅인 셈이다.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것은 백화점이나 은행 등에선 가장 기본적인 안전 조치의 하나가 됐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달부터 매장에 고객용 손 소독기를 설치했으며, 직원들에게는 출근 시 체온 체크를 의무화해 사고방지에 신경 쓰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업종은 안전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신종 플루와 같은 문제가 생길 때 이를 극복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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