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산시장 역시 거칠 것 없는 질주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 힘은 외국인 자금이었다. 기업 실적 호조와 경기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금은 계속 이탈하고 있다. 이를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이라고 가볍게 돌릴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경기 개선 움직임을 시장이 완전히 믿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수급상의 균열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글로벌 자산시장은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기술적인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기술적 한계들을 돌파하려면 펀더멘털이 지금보다 빨리 개선돼야 한다. 우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강(强)달러가 미국에 이익이라는 발언대로 달러 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달러캐리자금이 늘어나게 할 수는 있어도 본질은 미국의 소비회복이 어렵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보면 미국의 구매력 회복이 중요하다.
둘째 미 증시의 반등이 실적으로 정당화돼야 한다. 현재 미국 증시는 주가수익배율 기준으로 거품 시기 수준으로 고평가된 상태다. 앞으로 미국 기업의 실적이 급격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이 곧 거품이라는 뜻이다.
셋째 변수는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하반기 이후 위안화와 물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이고 재정 투입 속도도 둔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경기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국도 새로운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한국 자산시장 역시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자금은 아직 원화의 저평가 요인이 있지만 남은 떡이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은 이제 국내 시장의 자신감 회복과 수급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당분간 이러한 산적한 문제들을 복기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올해 이후 자산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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