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타이어 전문 기업 브리지스톤의 우메모토 구니히코(梅本 邦彦·55)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가 28일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브리지스톤은 한국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지는 않지만 자동차와 관련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포뮬러 원(F1) 그랑프리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업체다.
우메모토 대표는 "내년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2010 코리아 그랑프리 역시 참가 팀들과 관련 업체들은 다시 한번 자동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브리지스톤 역시 영암 서킷이 완공되는 대로 도로와 날씨 등을 정밀 분석해 한국 F1 전용 타이어를 새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업체들이 F1에 최고의 기술을 쏟아 붓는 것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여서 홍보효과가 크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지스톤의 경우 F1에 제품을 공급하기 전만 해도 유럽에서 지명도가 매우 낮았다는 것. 유럽인들은 브리지스톤이 타이어 회사인줄도 몰랐다가 F1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점유율은 승용차 타이어가 2%, 트럭과 버스 타이어는 10%대. 하지만 내년 코리아 그랑프리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우메모토 대표의 설명이다.
F1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마치 우주산업처럼 F1에 적용된 기술이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 개발에 응용되기 때문.
F1 머신이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바닥을 움켜잡는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같은 연료로 보다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 기술이 필수다.
우메모토 대표는 "지금 시중에 팔리고 있는 접지력이 좋고, 연료를 적게 먹는 타이어 기술은 F1을 통해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요한 F1 무대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메모토 대표는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자동차에 대해 수준 높은 지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F1에 참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깐깐하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 이들에게 품질을 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F1 무대에서 자사의 로고가 찍힌 머신을 등장시키는 것이라는 게 우메모토 대표의 얘기다.
'F1은 연료를 많이 소비하고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F1 대회를 통해 개발되는 고연비, 친환경 관련 신기술이 결과적으로 연료소모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1년간 20여 차례 경기를 펼치면서 소모되는 연료의 양은 여객기 한 대가 서울에서 영국까지 가는 데 필요한 연료량과 비슷하다는 것.
특히 현재 브리지스톤이 개발 중인 전기 자동차 전용 타이어도 관련 기술의 상당 부분은 F1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에모토 대표는 "이처럼 F1은 참가 기업에게 소비자들의 인지도 상승과 업계내부에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며 "한국도 내년 코리아 그랑프리가 스폰서 등 관련 한국 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나성엽기자 cp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