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파실 거면 꼭 연락주세요. 잘해 드릴게요.”
28일 경기 구리시 교문동 ‘별내 쌍용예가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 첫 계약일인 이날 40대 여성이 당첨자 계약을 마치고 모델하우스를 나오자마자 부동산중개인 5명이 우르르 몰려갔다. 중개인들은 이 여성이 15m 정도 떨어진 교문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널 때까지 가방에 명함을 쑤셔 넣으며 “분양권을 팔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景氣는 ‘아직’인데…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
○분양권 되팔고
129㎡ 프리미엄 4000만원… “적발될 염려 없다” 유혹
○보상금 노리고
빈 상가에 ‘유령가게’ 차려… 서로 입맞춰 단속반 속여
○소문 흘리고
“고위공직자도 샀다더라”… 그린벨트 투기 부추겨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상당수 모델하우스 인근에 일명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이 다시 등장하는 등 투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되거나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보상비를 많이 받기 위해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불법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사실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엄포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 최고 5000만 원
별내쌍용예가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10여 개의 떴다방 천막이 좌우로 진을 치고 있다. 모델하우스 앞이 시장처럼 북적거리자 경비원들은 계약자만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통제했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계약자는 “129m²(39평 형)에 덜컥 당첨되긴 했는데 대출이 부담스러워 분양권을 팔까 고민 중”이라며 “분양권을 팔면 앉아서 4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나중에 시세가 이보다 더 오를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매제한기간이 1년인 이 아파트는 모든 가구의 분양권에 4000만 원가량 프리미엄이 붙었고 인기가 높은 129m² 로열층은 프리미엄이 45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당첨자가 발표된 22일만 해도 129m²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4000만 원이었지만 일주일 새 500만∼1000만 원이 뛰었다. 떴다방 업자 A 씨는 “원하는 평형을 말하면 바로 연결시켜 주겠다”고 했다.
분양권 전매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받는 중개수수료는 200만∼300만 원. 떴다방 업자 B 씨는 “중개수수료는 건당 500만 원까지도 하지만 바로 계약하면 200만 원만 받겠다”며 접근했다. 그는 “불법이라 서로 비밀을 지키기 때문에 절대 걸릴 염려가 없다. 여러 번 거래를 주선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했다.
다음 달 1일 당첨자 발표를 하는 남양주시 도농동 도농 사거리 별내현대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앞에도 이미 대여섯 개의 떴다방 파라솔이 들어섰다. 떴다방 업자 C 씨는 “당첨자 발표 전이지만 특별 분양분으로 벌써 4건이나 거래했다”고 자랑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떴다방이 최근 수도권 주요 분양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자 더 오르기 전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사들이 한동안 주택 공급을 하지 못해 주택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도 원인이다.
○ “가짜 묘지 만들고 이웃끼리 유리하게 증언”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에서는 보상비를 더 받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한 직후 위성사진을 찍어 불법 시설물 설치를 단속하고 있지만 발표 이전에 손을 쓰기도 하고 발표가 난 후에는 빈 건물에 사람이 살거나 가게를 운영하는 것처럼 꾸민다.
경기 하남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밤에 크레인을 동원해 땅을 파고 봉분을 세워 가묘(가짜 무덤)를 만들거나 비어 있던 상가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속반이 물어봐도 옆집이 보상을 잘 받아야 자신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집에 원래부터 사람이 살았다. 장사를 했다’는 식으로 서로 감싸준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맞닿아 있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과천시에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과천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과천동 일대 땅을 사려는 문의가 엄청 많이 온다”며 “그린벨트가 풀릴 가능성이 높은 이 일대의 땅과 집을 샀거나 현재 매매 절차를 밟고 있는 공직자들도 여럿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단속으로는 투기 근절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국토해양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 거래 정보를 통합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투기를 계속 적발하고, 걸리면 일벌백계해 투기를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구리·남양주=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하남=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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