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은 ‘덜 사고(가정용품)’ ‘덜 입고(옷)’ ‘덜 타는(차)’ 소비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층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자마자 가장 재빨리 지갑을 닫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금융위기 이후 소비동향의 특징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올해 2분기(4∼6월)까지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평균 0.7% 줄었다. 가장 많이 소비가 감소한 품목은 ‘가정용품(―8.9%)’이었으며 이어 ‘의류·신발(―6.4%)’, ‘교통비(―4.6%), ‘음식·숙박비(―2.0%)’ 순이었다. 다만 ‘의료비’ 지출은 평균 7.0%가 늘었고, ‘주거비’(1.1%)와 ‘교육비’(0.9%)도 꾸준히 늘어 고령화와 사교육 영향을 반영했다.
소득수준별로는 고소득층일수록 금융위기 이후 소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동안 상위 20% 소득계층은 지출을 1.5% 줄였지만, 하위 20% 계층은 오히려 3.8% 소비를 늘렸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고소득층은 종전 지출에서 절약할 여지가 많지만 저소득층은 원래부터 최소한만 소비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대한상의는 “경기가 회복되면 누구보다 고소득층이 제일 빨리 지갑을 여는 만큼 이들의 소비를 독려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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