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증시 끝? 숨은 악재 슬금슬금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45분


원화강세-금리인상 가능성-재고누적 부각
외국인 6일연속 순매도… 주도株 일부 탈락
일부 전문가 “지금 조정이 다음 도약에 좋다”

추석 연휴 전날 코스피가 1,650 아래로 떨어졌다. 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8.51포인트(1.7%) 하락한 1,644.63으로 마감했다. 올 들어 ‘바이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날 2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는 등 6일 연속 주식을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장밋빛 전망이 넘쳤던 증시엔 때맞춰 숨어 있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원화 강세에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그동안 한국 증시 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기업실적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 기업실적 정점 지났나

올 들어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도주 가운데 일부 종목이 탈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서(원화가치 상승) LG전자가 제일 먼저 주도주 대열에서 이탈했고 하이닉스, 현대중공업, LG화학, 현대자동차 등도 최근 조정을 받았다.

새 주인을 찾는 문제로 난관에 부닥친 하이닉스,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의 모라토리움 선언이 악재가 된 현대중공업 등 개별 기업의 악재는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그동안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개별 악재에 즉각 반응을 보이는 점이 이들 기업의 특징이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부사장은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내년 실적까지 좋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앞서 반영하려던 한국 증시에 환율이 떨어지면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국내 500대 상장사의 올해 4분기(17조4350억 원)와 내년 1분기(16조9557억 원) 영업이익이 올 3분기(17조9273억 원)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요인은 환율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기업실적을 이끌었던 환율 효과가 4분기부터는 사라질 것”이라며 “사라지는 환율 효과는 기업의 수익성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200∼14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1160원대로 밀렸다.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수출주들의 환율 마지노선이 1100∼11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리적 저항선에 근접한 것.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떨어졌던 기업의 공장가동률이 최근 높아지면서 재고가 다시 쌓이는 추세라는 점도 실적 악화를 예견케 하는 요소다. 한국투자증권 이재광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론 실적과 주가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외국인 다시 수급 주체가 될 것인가

올 들어 한국 증시의 급반등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현재 주춤한 상태인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도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가 앞으로 주가의 향방을 결정짓는 관건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멈출 줄 모르는 펀드 환매로 실탄이 별로 없고, 개인투자자들은 주식담보대출을 포함한 신용거래가 12조 원이나 돼 추가로 살 수 있는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든 건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대형주 가운데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이미 20배까지 오른 종목이 많다는 것.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의 축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이었다면 내년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방향성을 완전히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데스의 김 부사장은 “지금은 시장이 조정받을 때가 됐고, 1,500까지 내리는 것은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 급하게 오른 시장이 한 번 조정을 거치면 최근 매집 시기를 놓친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밸류의 이 부사장은 “현재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은 금리와 비교할 때 비슷해진 수준으로 주가는 1,650 선인 현재가 적정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르면 이익을 실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올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48조∼50조 원, 시가총액은 800조 원 규모로 영업이익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주식의 이익률은 6% 선이다. 3%에 머물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4.3%로 오르고 5%인 특판상품도 나와 주식으로 벌 수 있는 이익과 은행에서 받는 금리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

신흥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와 전기전자의 해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스피는 1,600∼1,750을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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