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1%.”
“세계 100대 IT기업에 포함되는 IT서비스 기업 수는?” “없음.”
어느 개발도상국의 IT산업 성적표가 아니다. ‘IT강국’ 한국의 현주소다.
최근 정부가 각종 IT산업 강화 비전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IT산업 국제 경쟁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특히 국내 IT서비스업 분야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IT제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IT산업 경쟁력은 2007년 3위에서 지난해 8위, 올해 16위로 2년 새 13계단이나 급락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한국의 IT경쟁력이 2008년 9위에서 올해 11위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간판산업인 IT산업이 이 같은 위기를 맞게 된 주 요인으로는 IT제조업과 IT서비스업 사이의 불균형이 지적된다. 실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IT제조업 분야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3∼47%에 육박하는데 비해 IT서비스 기업의 점유율은 1.1%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국내 ‘빅3’ IT시스템통합(SI) 기업인 삼성 SDS, LG CNS, SK C&C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07년 기준 각각 2.73%, 3.55%, 0.52%로 초라한 형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안 되고 해외 시장에서 통할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국내 IT서비스업의 발전 저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SI 분야와 함께 비(非)제조 IT시장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소프트웨어, 웹서비스 분야도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분야는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 시장 제패가 가능한 대표적 분야로 꼽히지만 아직까지 세계 시장 진출에 성공한 국내 기업은 없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이 좋아도 언어적(영어)·문화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글로벌 진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소프트웨어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시장 환경도 국내 기업 고사(枯死)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인재들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되기 어려운 벤처환경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 EIU IT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미국의 경우 인재의 아이디어를 상품과 산업으로 키워주는 자금과 프로그램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권리와 수익을 지켜주는 특허제도도 잘 구비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환경’과 ‘IT 관련 특허’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순위가 급락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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