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 제품에는 부모님들께서 좋아하시는 노래 500곡이 담겼어요!”
지난달 22일 오후 11시 CJ오쇼핑. 쇼핑 호스트가 부모님 추석 선물이라고 소개한 것은 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 ‘P3’였다. P시리즈는 삼성전자가 디자인에 민감한 20, 30대를 타깃으로 올해 초 내놓은 프리미엄 모델.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는 이 기기에 트로트, 추억의 팝송 500곡을 넣고 ‘P3메모리즈’라는 타이틀로 바꿔 새로 내놨다. 발매된 지 1년도 안 된 최고급 모델이 40, 50대 선물로 홈쇼핑에 등장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P3메모리즈가 나오기 직전 삼성전자는 동영상 기능을 강화한 MP3플레이어 ‘M1’ 발매 계획을 밝혔다. ‘아몰레드’ 휴대전화에 탑재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로 화면을 채웠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능도 넣어 ‘보는 MP3’를 표방했다.
M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올 하반기 야심작이지만 P시리즈와 큰 차이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영상 기능을 강조했고, 3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3.3인치 AMOLED로 바꾸었을 뿐 사용자환경(UI)이나 아이콘 모양 등은 P시리즈와 비슷한 것.
콘셉트가 겹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 모델을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의 다품종 전략 때문이다. MP3시장에서 애플,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승부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으로 기존처럼 한 모델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대신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콘셉트가 겹칠 경우 구형 모델을 변형해 다른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초 그룹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정보통신총괄 직속으로 있던 MP3사업팀이 휴대전화 영역인 무선사업부로 흡수되면서부터 나타났다. P3에 ‘햅틱’, M1에 ‘아몰레드’ 콘셉트를 각각 차용하는 등 마치 휴대전화를 만들 듯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팟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아이팟이 이른바 ‘저가(아이팟 셔플)-중가(아이팟 나노)-고가(아이팟 터치)’ 등 타깃을 3개로 구분한 것과 달리, 삼성은 모델을 다양화해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M1과 함께 ‘여성용 MP3플레이어’ R1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스(DMC) 부문 무선사업부 옙 MP3플레이어 담당자는 “TV, 휴대전화 등 DMC 사업부 내 다른 제품군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MP3플레이어 점유율이 낮아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옙 MP3플레이어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5%에 그쳤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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