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잠을 설치며 청약날만 기다렸습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 신청 첫날인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와 경기 수원시 보금자리주택 홍보관은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현관 계단까지 신청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반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흐뭇해했다.
○ “꿈인지 생시인지…”
이날 오전 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김모 씨(66), 구모 씨(65) 부부는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 59m² 아파트 신청을 마친 뒤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에서 1억1000만 원으로 전세살이를 하는 김 씨 부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이삿짐을 쌀 때마다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며 “이제 이사할 걱정이 없으니 반가울 따름”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이날 두 곳에서 접수하기 시작한 보금자리주택 2205채는 사전에 보훈처와 중소기업청,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다. 접수처에는 목발을 짚은 장애인이나 자녀들과 함께 온 노부부가 많았다. 이날 신청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전심사를 거쳐 보금자리주택 입주가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 접수처의 경우 오전 9시 반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50여 명의 신청자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접수를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160건이 넘는 신청서가 접수됐다.
신청자 중에는 집 없는 설움을 겪은 사연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상윤 씨(61)는 추석 직전 보훈처로부터 미사지구 보금자리주택 기관 추천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덕분에 추석 연휴 내내 보금자리주택 얘기로 가족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1969년 군 작전 도중 척추를 다쳐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정 씨는 무역회사에서 일하며 집을 마련했지만 외환위기 때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았다. 그는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준다는데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싸다고는 하지만…”
일부 신청자들은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이모 씨(41)는 목발을 짚고 혼자 수원 홍보관을 찾았다. 두 다리가 없는 1급 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씨는 집에서 팔찌나 목걸이 등을 조립하는 일을 하며 어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특별공급대상에 선정돼 하남지구에서 84m² 아파트를 받을 수 있게 된 이 씨는 “분양가가 3억 원 정도 된다”는 상담원의 설명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주위사람들로부터 축하는 받았지만 부러워하지는 않는 표정이었다”라며 “당장 계약금으로 3000만 원이란 큰 목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청약일정이나 대상을 잘못 알고 방문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거나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부인, 세 살 난 아들, 어머니 등 온 가족이 홍보관을 찾은 2급 장애인 민모 씨(37)는 오전 8시부터 접수 시작을 기다렸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특별공급대상이지만 동사무소에 사전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 씨 가족은 3년 전부터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다. 민 씨의 부인은 “걷지 못하는 남편의 휠체어가 제대로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집에서 살면서 이번에 보금자리주택으로 집을 넓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기관추천 및 3자녀 특별공급의 청약은 현장에서 접수하지만 그 이외의 청약자들은 15일부터 사전예약 시스템(myhome.newplus.go.kr)을 통해 인터넷으로 청약해야 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수원=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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