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통합구매에 찬성하세요, 반대하세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국정감사 현장.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의 김쌍수 사장과 한전의 다섯 개 발전자회사 사장들에게 차례대로 물었다. 유연탄 통합구매는 발전자회사들이 화력발전의 원료인 유연탄을 해외에서 한꺼번에 사오는 것을 말한다.
김 사장은 “경제원리로 보면 통합구매가 맞다”며 평소대로 답했다. 유연탄을 공동으로 사면 규모의 경제로 구매력이 높아져 원료를 싼값에 사올 수 있다며 이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자회사 사장들의 의견은 달랐다. 5명 중 1명이 찬성하고, 3명이 반대했으며, 1명은 답변을 보류했다. 정부의 눈치를 본 걸까. 지경부는 시장 상황에 맞게 통합구매나 각자구매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매량보다 구매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민간 기업 출신의 김 사장이 지난해 한전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처럼 지경부와 한전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경부 출신 관료가 한전 사장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한전이 지경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최근의 대립은 부임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한전을 살리기 위해 김 사장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대립하고 있는 쟁점에 한국 전력산업의 당면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한전 국감에서도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쟁점을 짚어봤다.
● 부동산 개발
한전은 전국에 6조2500억 원(공시지가 기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를 비롯한 전국의 유휴 부동산을 개발해 수익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발의돼 있다. 지경부는 전기사업을 하는 공기업인 한전의 부동산 개발에 반대했지만 의원입법이 된 상태에선 개발 수익을 전력산업에 재투자한다는 전제하에 용인하겠다는 방침이다.
○ 구역전기사업
구역전기사업은 에너지 효율과 환경 개선 효과 등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민간사업자가 신도시 등에 열병합발전설비를 갖추고 전기와 열을 생산해 일정 구역 안에 사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이 사업을 기존의 전기 판매 독점구도를 깨뜨리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해 친환경적이고 효율이 높은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반면 한전은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결국 국민의 전기요금에 전가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주택용과 상업용 전기요금으로 요금이 낮은 공업용과 농업용에서 잃은 수익을 보전하는 한전이 주택용과 상업용 등 알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이 사업을 용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 스마트그리드
최근 국회에는 국감을 앞두고 스마트그리드에 비판적인 내용의 문서가 돌았다. 출처는 한전 노동조합이었다. 지경부와 한전은 한국이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된 것에 걸맞게 제주도 실증단지 건설 등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노조는 스마트그리드 도입 과정에서 한전의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경쟁시장이 도입될까 봐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사측도 스마트그리드의 과대 포장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스마트그리드는 아직 초기단계로 정해진 것이 없는데 한전이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발전자회사와의 재통합 여부
한전이 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발전자회사와의 재통합이다. 올해 3월 외국계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글로벌 전력 회사로 거듭나려면 수직 통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경부는 내부 문서에서 일개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 방향이 맞을지 모르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대표기업으로서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6일 국감에서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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