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춘 지음 296쪽·1만3000원·학지사
‘명성을 구축하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이를 파괴하는 데는 5분이 걸린다.’ 주식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즐겨 쓰는 말이다. 한순간의 비윤리적 경영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는 뼈아픈 지적일 게다.
올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금호건설이 공사 입찰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사립대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 수사와 함께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아마도 담당 직원들은 회사에 엄청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종전 관행대로 한 일이었을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관행화된 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윤리경영 전략’이라는 평범한 제목이지만 위기에 처한 기업에 관한 것이다. 기업 위기의 원인 진단에서부터 직원들의 윤리적 수준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현장에서 실제 부닥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경영의 성패는 사람과 기업 문화에 달려 있다”고 본다. 위기의 원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외부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탐욕과 규칙 위반, 과잉 투자의 결과라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직접적인 도화선이었을 뿐 실질적인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이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경제위기를 활용해 돈을 벌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고 재정비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이야말로 탄탄한 윤리경영 시스템을 갖출 기회라는 것이다. 윤리경영 체제를 갖춘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위기에서 가장 먼저 회복한다는 칭찬을 받는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어쩌면 가장 빨리 회복된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을 다지고 윤리경영 시스템을 정비할 기회를 놓치고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면 바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경영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첫째, 윤리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직원 개개인의 윤리적 인식과 행위를 교육, 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백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둘째, 상생을 핵심 가치로 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노사관계, 하청업체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소비자 지역사회 및 자연 환경과 상생할 수 있는 문화가 기업 내에 있어야 한다. 제품 개발에서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 활동에서 상생 노력은 이미 세계적 추세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친절의 경제학▼
팔지 않은 물건도 반품해줬더니…
변호사 출신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저자는 두 사례에서 ‘친절’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했다. 기업들은 친절을 개개인의 행동 수준을 넘어 ‘자본’으로 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 그는 “새로운 기술, 치열한 경쟁으로 상징되는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결단력, 명확한 목표, 어느 정도의 운 등 많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필수 조건은 친절”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번영▼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비판에 직면했지만 신자유주의 흐름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세계화 역시 빈부 격차 등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상호 의존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자는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벗어나 새 목표를 정하고, 개개인의 잠재력을 깨워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정책 대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사민주의 한계로 풀어본 경제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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