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현 교수의 디자인읽기]펩시콜라의 성공 요인은…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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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산토리가 새롭게 선보인 펩시콜라의 패키지 디자인. 미국 국기의 3색을 이용해 시인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점이 젊은 층에게 어필했다(왼쪽 사진). 일본 제과회사 모리나가의 로고 마크. 1899년 창업 이래 조금씩 디자인을 변형해 왔다. 맨 아래가 현재의 로고 마크. 사진 제공 지상현 교수
1998년 3월 산토리가 새롭게 선보인 펩시콜라의 패키지 디자인. 미국 국기의 3색을 이용해 시인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점이 젊은 층에게 어필했다(왼쪽 사진). 일본 제과회사 모리나가의 로고 마크. 1899년 창업 이래 조금씩 디자인을 변형해 왔다. 맨 아래가 현재의 로고 마크. 사진 제공 지상현 교수
디자인 교체 타이밍이었다

디자인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시에 디자인에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아야 디자인이 브랜딩이나 판촉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간혹 멀쩡한 디자인을 바꾸거나 지나치게 큰 폭의 변화를 줘 안 하느니만 못한 경우를 보기도 한다.

이 타이밍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들은 PEST(Political, Economic, Social, Technological)분석,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분석, 포지셔닝 맵을 통한 경쟁분석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고군분투한다. 그때란 언제를 말하며 어떤 디자인적 대응을 해야 할까. 디자인 경영 전문가 캐서린 베스트 씨는 디자인 수요를 부르는 기업 내 요인을 아래의 8가지로 정리했다.

△창업할 때 △디자인 리더가 되기를 원할 때 △새로운 상품이나 숍의 론칭 △새로운 브랜드의 론칭 △시장 점유율 확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려 할 때 △새 목표시장에 진출할 때 △연구개발(R&D)정책을 개선하려 할 때가 그것들이다. 각 시기마다 중점을 둘 대목들이 다르다.

창업할 때는 당연히 기업의 로고 마크, 로고 타입 등에 역점을 둬야 한다. 디자인 리더가 되기를 원할 때는 디자인 대상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 새로운 상품을 론칭할 때는 디자인 자체보다 새 디자인을 위한 콘셉트 개발에 역점을 두는 게 좋다. 최근 필자가 본 성공적인 디자인 콘셉트 개발 사례는 LG전자에서 냉장고와 에어컨을 위해 개발한 ‘아트’ 콘셉트다. 이 콘셉트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국내 1위로 끌어올린 ‘아트 디오스’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반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때는 네이밍과 브랜드 마크,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역점을 둬야 한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할 때는 웹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에 힘써야 한다. 식음료나 화장품이라면 패키지는 물론 용기 디자인까지 변화를 주는 게 중요하다. 코카콜라에 밀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던 펩시콜라가 10년 전부터 획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는데, 그 배경 요인의 하나로 패키지 디자인의 변화를 꼽는 사람이 많다. 1998년 산토리가 일본 펩시의 총판을 인수하면서 특히 청색 바탕에 흰색과 적색을 사용해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려 할 때는 기존 디자인의 골격을 유지한 채 재디자인을 하는 게 유리하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다. 모리나가는 일본 제과업계의 전통적인 강자였지만 국내외 제과업체 등의 도전으로 시장 점유율이 서서히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모리나가는 제품과 경영 혁신을 시도할 때마다 로고 마크를 조금씩 재디자인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만약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일거에 상황을 뒤집으려 했다면 오늘의 모리나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국 제과업체들과의 싸움은 장기간에 걸쳐 단속적으로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목표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는 브랜드 확장을 위한 광고나 인쇄물에서 상표 속성에 대한 소개를 강화해야 한다. 랄프로렌사가 폴로 브랜드를 의류에서 침대 커버나 수건과 같은 홈 퍼니싱까지 확장한 것이나 버진그룹이 버진 에어라인이라는 항공사에서 버진 메가 스토어라는 게임과 비디오 시장까지 진출한 것처럼 잘 알려진 브랜드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가 그런 예다. 새로운 시장의 소비자들이 낯설어하지 않도록 브랜드의 감성적 이미지의 변화와 확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건설업체나 제과업체가 전자업종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려 한다면 우선 쉽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업종을 포괄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규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R&D정책을 개선하려 할 때는 신제품을 론칭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 새 콘셉트를 개발해야 한다. 가령 유기농 식품 개발을 시작했다거나 산업용 도료 메이커가 미술용 염료 생산을 시작했다면 제품의 디자인이나 네이밍 등에 앞서 적절한 콘셉트를 개발해야 뒤이은 제품, 패키지, 광고가 새롭고 일관되게 디자인될 수 있다.

아무리 우수해도 10년을 가기 힘든 것이 디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디자인의 수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하는 경영적 판단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디자인의 적기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상현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psyj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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