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5월부터 슈퍼레이스 S2000클래스(2000cc급) 모든 경기에 바보몰레이싱팀으로 참여해 총 20명의 출전자 중 종합 6위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실력이지만 국내 정상급 레이서와 허무하게 거리가 벌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뒤따라갈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내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만 출전하는 S3800클래스가 만들어지면서 최대의 흥행카드로 떠올랐다는 점을 국내 모터스포츠업계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국 모터스포츠의 가능성을 본 것이죠. 또 올해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확장공사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모든 경기가 열린 점도 새로웠습니다. 직선 구간이 900m에 이르는 태백레이싱파크에서는 레이싱카가 최고 시속 200∼250km를 달릴 수 있어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직선이 400m에 불과한 스피드웨이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답답합니다. 2010년 경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올해 말이면 완공될 것으로 생각한 스피드웨이의 내년 오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입니다. 태백레이싱파크는 박진감이나 시설 면에서 스피드웨이보다 좋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흥행에는 큰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류시원 선수를 보러 온 일본인 관광객을 제외하면 유료 입장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서킷이 외진 곳이어서 경미한 사고에도 수리할 부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레이싱팀도 많습니다. 기자도 연습하다가 사고로 부서진 서스펜션 부품을 구하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태백레이싱파크나 내년에 완공되는 영암 F1서킷에서 1년에 한두 번 경기를 하는 것은 국내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레이싱팀의 근거지인 수도권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든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피드웨이가 내년에도 오픈을 하지 않는다면 항의시위를 벌이겠다는 움직임마저 있습니다.
명쾌하게 공사 일정과 재개장 일정을 밝히지 못하는 스피드웨이의 속사정이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변변한 서킷 하나 갖추지 못한 세계 5위 자동차회사인 현대·기아자동차 등 자동차회사나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에게도 일부 책임은 있다고 봅니다. 이럴 때일수록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더욱 노력하고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야 자동차회사 타이어회사의 투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