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작지만 강한 출력…시속 230㎞까지 거침없이 ‘쓩’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닛산 ‘370Z’.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는 노란색 스포츠카를 만났다.

꼭 가격이 비싼 럭셔리카만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작고 가벼운 차체에 훌륭한 밸런스, 그리고 강한 출력이 뒷받침된다면 좀 시끄럽고 승차감이 쿵쾅거린들 어떠랴.

일단 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최고 출력 333마력인 V형 6기통 3.7L 엔진은 강력하지만 워낙 고출력 세단들이 많은 요즘에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엔진룸과 트렁크 공간에 들어찬 두꺼운 스트럿타워 브레이스, 알루미늄 합금 서스펜션, 탄소섬유 드라이브샤프트에 이르면 스포츠카로서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부품들은 자체 강성을 높여 핸들링을 좋게 하거나 동력 손실을 줄이고 엔진의 반응성을 높여준다. 7단 자동변속기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자동으로 엔진회전수를 보정해 주는 기능이 들어간 수동변속기 옵션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엔진에 걸맞게 가속력은 출중하다. 전문장비로 측정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5.8초. 해외에서는 5.2초까지 나왔다는 기록도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된다. 시속 230km까지는 답답한 느낌이 없이 거침없이 올라가고 250km까지는 약간 뜸을 들인다.

휠베이스가 짧고 강인한 차체, 스포츠 서스펜션, 밸런스에 유리하고 운동성을 높여주는 프런트미드십 엔진 등으로 핸들링은 정통 스포츠카답게 뛰어나다. 중저속에서 이상적인 라인을 그리며 코너링을 할 수 있다. 드리프트를 해봐도 차체의 강성과 밸런스가 훌륭하다는 느낌이 ‘팍’ 온다. 미끄러짐의 정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속 180km 이상 고속 영역으로 올라가면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급격한 차선 이동에서 후륜이 조금 불안정하고 하중 이동의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다. 전륜의 타이어 편평비가 세단에나 쓰이는 18인치 50시리즈로 쿠션이 크다는 점도 한몫한다.

닛산은 ‘나와라 포르셰’라며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지만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장악력이나 하드코어한 면은 포르셰보다 떨어졌다. 오히려 그랜드투어링(GT·장거리 주행용)이 적당할 정도로 생각보다는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포르셰를 선택하는 고객들은 돌덩이처럼 단단한 서스펜션을 감수하는 ‘미치광이’들이지만, 닛산은 대중성을 가져야 하는 브랜드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스펜션의 스포츠성을 약간 희생시키고 승차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연료소비효율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공인 연비는 L당 9.6km인데 고속도로에서 편안하게 주행할 때는 L당 13km 정도, 시내 주행은 7km로 나왔다.

19인치 휠에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 엔진오일쿨러 등을 보강하면 훨씬 강력한 스포츠카가 될 것 같다. 일본 스포츠카는 사용자가 튜닝하도록 여지를 남겨놓는 경우가 많은데 370Z도 그런 것 같다. 가격은 568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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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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