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거래소이사장, 임기중반 사퇴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현 정권 사퇴압력 지속”
국감 - 감사 앞두고 사임

이정환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사진)이 3년 임기를 절반가량 남겨두고 13일 사임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사직서 제출’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사장직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거래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며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의 위상에 걸맞게 공공기관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거래소 설립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어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배경이 된 거래소 독점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은 취임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사퇴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 출신인 그는 증권선물거래소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하다 정부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력후보와 경합해 이사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 이사장 취임 이후 한국거래소에 대해 전산시스템 납품비리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올 1월에는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 이사장은 3월 “한국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 물러나겠다”는 조건부 사임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임직원 급여가 줄고 신분 불안이 커진 데 따른 내부 불만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 이사장이 15일 국정감사와 11월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사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거래소 측은 “이 이사장이 이미 8월 말 금융위원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며 “다만 세계거래소연맹(WEF) 총회가 열리는 이달 초 이후로 사퇴 시점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후임 이사장 후보로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2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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