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배터리 “돼지코야, 이젠 안녕”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제조업체들 사용시간 늘린 제품 잇단 출시
소비전력 줄이고 용량 늘리는 연구도 한창

2005년 삼성전자 노트북 컴퓨터 사용자 사이에선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다는 불만이 치솟았다. 문서 작업을 할라치면 전원이 꺼지기 일쑤였다. 당시 배터리 지속 시간은 최장 1시간 30분. 이 때문에 ‘삼성전자 배터리=약골 배터리’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지속 시간이 향후 노트북 경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EBL(Extended Battery Life)팀’을 만들었다. 꾸준한 연구개발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울트라-씬 센스 X420’과 넷북(미니 노트북)인 ‘센스 N120’의 배터리 지속 시간은 최장 9시간에 이른다.

최근 노트북 제조업계에선 ‘배터리 시간 늘리기 경쟁’이 한창이다. 집이나 사무실 밖에서 노트북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성능이 한층 좋아지면서 노트북의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약골 배터리’에서 탈출한 삼성전자

EBL팀의 목표는 노트북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노트북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 우선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배터리 개발 단계부터 삼성SDI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작업을 통해 개선을 거듭한 끝에 현재 노트북에 장착하고 있는 배터리는 시간당 2950mA(밀리암페어)의 전류를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커졌다. 다른 업체들은 2800mA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 황상연 삼성전자 EBL팀 책임은 “지금은 3000mA 용량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소모를 낮추는 작업도 병행했다. EBL팀은 노트북 배터리 소모의 ‘적’인 인터넷 검색과 영화 감상, 음악 감상 시 가급적 전원이 최소한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동시에 저전력 중앙처리장치(CPU),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탑재를 늘려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또 노트북 화면의 광원을 냉음극형광램프(CCFL)에서 전력 소비가 낮은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것도 병행했다.

EBL팀은 최근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연계해 전력 소모가 적은 통신 모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와이브로 등 통신 모듈을 이용한 인터넷 작업을 하면 배터리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 돼지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목표

다른 노트북 제조업체들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작업을 통해 노트북 배터리 지속기간을 늘렸다. LG전자가 내놓은 ‘엑스노트 미니 X130 시리즈’에는 9개 셀(cell)의 배터리가 장착돼 최대 12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6셀이 대부분인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을 1.5배로 늘린 것.

HP는 오랫동안 사용해도 배터리 성능이 크게 줄지 않는 ‘HP엔비로 노트북 배터리’를 개발했다. 일반 노트북 배터리는 약 300번 정도 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성능이 60∼80% 감소하지만 이 제품은 1000번을 충전해도 본래 성능의 80%를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대만 PC 업체인 아수스는 최대 10시간 30분 쓸 수 있는 넷북(모델명 Eee PC 1005HA)을 내놓았다. 배윤 HP 차장은 “배터리 기술 수준이 성숙하면 궁극적으로는 노트북이 ‘돼지코’로 불리는 충전용 전원어댑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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