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국 IT제품 25만여 점 전시
삼성 - LG전자 부스 인파 몰려
유무선 연결한 기술융합 대세
로봇카 - 입는 컴퓨터도 선보여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의 전자산업 전시회인 ‘2009 한국전자산업대전’.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관에는 하루 종일 최첨단 제품을 보려는 인파로 붐볐다. ‘3차원(3D) TV’가 단연 인기였다. 관람객들은 안경을 쓰고 입체 화면을 즐겼다. 미국에서 온 바이어인 톰 에딩거 씨는 “육안으로는 영상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전용 안경을 쓰면 입체감이 도드라져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자산업대전은 16일까지 열린다.
○ 전자 불모지에서 전자 강국으로
‘당신은 미래를 만나는 최초의 목격자가 된다’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전시회에는 16개국에서 857개사가 참가했다. 전시품은 TV 휴대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25만여 점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한국전자전(KES)과 국제반도체대전(i-SEDEX),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 등 국내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가 통합됐다.
올해는 특히 한국 전자산업 50주년, 한국 전자전 개최 40주년이어서 이번 전시회의 의미가 깊다. 1959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첫 국산 라디오인 ‘A-501’을 선보였던 당시 한국은 전자산업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미국 일본 인도 등 해외 바이어 3000여 명이 몰려와 구매 상담을 벌여 한국 전자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일본 전자업체인 NEC의 노부야키 가마쿠라 시니어매니저는 “삼성, LG전자의 기술력이 부쩍 높아졌다”며 “한국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싶어서 전시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 기술 융합으로 더욱 편리하게
전시회의 키워드는 생활의 편리함을 위한 ‘융합’으로 요약된다. 삼성, LG전자 모두 유튜브 동영상 등 인터넷 콘텐츠를 TV로 볼 수 있는 ‘브로드밴드TV’와 무선으로 연결해 다른 방에 있는 PC나 휴대전화의 콘텐츠를 거실에서 볼 수 있는 TV 등을 내놓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백우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내년에는 브로드밴드 추세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융합도 볼거리였다.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은 자동차에 IT를 접목한 로봇카를 선보였다. 주행 중에 앞 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자동차가 차선을 감지해 운전자가 졸음 등으로 차로를 벗어나면 경보를 울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옷에 MP3 플레이어 버튼을 달아 주머니에서 디지털 기기를 꺼내지 않고 옷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전시했다.
‘디스플레이의 향연’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화면(LCD)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자종이’를, LG디스플레이는 태양전지로 충전할 수 있는 전자책과 기존 LCD TV보다 화질이 선명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인 ‘옴니아’를, LG전자는 키패드가 투명한 ‘크리스털폰’을 각각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중소기업 가운데에선 파버나인코리아 등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3D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 반도체, LCD 호황세 “지켜봐야”
전시장을 찾은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한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반도체와 LCD 사업의 전망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부문 사장은 “10세대 신규투자에 따른 공급 증가를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면 LCD 공급 과잉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내년 LCD 패널 수요를 예측하기가 힘들다”며 “LCD 패널이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활황세인 반도체 분야에 대한 예상도 비슷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은 “내년 투자는 올해보다 늘릴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는 미국 추수감사절을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올해 실적은 좋았지만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예측하기 힘들다”(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고양=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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