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매시장 ‘소액이 대세’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DTI 확대로 대출 어려워지자 6억 미만 매물 고객 몰려

소형 아파트-다세대주택, 감정가 넘는 가격에 낙찰도

1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한 다세대주택(38.06m²)이 2억2400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주택의 감정가는 1억9000만 원이었지만 첫 경매에 나오자마자 감정가를 훌쩍 넘긴 가격에 낙찰됐다.

같은 날 노원구 공릉동 북부지방법원에는 감정가 2억8000만 원짜리 동대문구 이문동의 소형 아파트(59.92m²) 한 채가 매물로 나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 경매에서 유찰돼 20% 낮은 2억240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이날 입찰자가 13명이나 몰려 감정가의 96% 수준인 2억6848만 원에 팔렸다.

○ 낙찰가 높아진 저가 매물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경매 시장에 ‘소액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6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푸대접을 받는 반면, 소형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은 감정가를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권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하기로 한 첫날 서울의 두 경매장에서는 사람이 평소보다 줄었지만 6억 원 미만의 저가 매물에는 유독 응찰자가 몰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두 법원에 나온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매각률은 35.0%로 9월 평균(51.5%)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6억 원 미만 아파트의 매각률은 지난달 평균 50.0%에서 이날 61.3%로 늘었다. 6억 원 이상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9월 평균 89.0%에서 이날 86.2%로 줄어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린 반면 6억 원 미만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월 평균(93.3%)과 비슷한 93.0%를 유지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9일 발표된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투자자들이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데다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린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저가 매물 인기 높아질 듯

이번 대출 규제로 경매 시장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고가 매물을 낙찰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투자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매시장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비 은행권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고가 매물과 저가 매물 사이의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경매 시장의 낙찰 보증금은 10%로 나머지 90%에 대한 자금 조달은 캐피털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경락잔금대출을 이용하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초 정부가 DTI를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9월 한 달 동안 경매시장에서 다세대주택의 인기가 높았다. 서울의 9월 평균 아파트 경매 응찰자가 평균 6.7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던 다세대주택의 평균응찰자는 8월 6.4명에서 9월 6.7명으로 늘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다세대주택이나 실수요로 거래가 활발한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의 인기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 팀장은 “당장 11월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투자자 중에서 자금 마련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경매 시장의 소액 매물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