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윤증현 ‘더블딥 논쟁’ 2R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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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적인 강 특보
“출구전략 관계없이 불황 올것, 기업 흑자는 환율효과 덕분”

○ 낙관적인 윤 재정
“내년 이후 성장세 지속 전망, 환율효과가 전부는 아니다”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강연에서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내년 이후 성장세가 완만하게 지속될 것이며, 더블딥으로 간다는 전망은 많지 않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명박 정부의 1기, 2기 경제팀 수장의 경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시각차가 노출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7월에는 윤 장관이 감세(減稅) 기조의 후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디자인한 1기 경제팀과 미묘한 갈등을 빚었다. 이후 윤 장관이 “감세정책 기조는 불변”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봉합됐지만 이번에는 경제상황 및 전망을 놓고 서로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

○ 강만수 “W” vs 윤증현 “√”

이날 강 특보의 발언 중에는 한국 경제에 대한 쓴소리가 많았다. 그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쓰면 재정효과가 없어져 불황이 올 것이고, 쓰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출구전략에 관계없이 경기곡선이 ‘W’자를 그리는 더블딥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세계 경제는 결코 옛날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최소 2년간 현재의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발언들은 윤 장관의 경기 전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윤 장관은 13일 국정감사에서도 ‘강 특보의 더블딥 전망으로 장관의 견해가 바뀌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아니다”, “더블딥 우려가 있으니 경제운용을 정교하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선 ‘나이키 문양’(끝이 약간 올라가는 반쯤 기울어진 L자) 또는 수학의 ‘루트 기호(√)’ 형태의 경기곡선을 제시한 바 있다. 강 특보에 비해 훨씬 낙관적인 전망인 셈이다.

○ 환율효과 둘러싼 시각차도 노출

기업 실적에 대한 해석 차도 드러났다. 강 특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환율효과가 없었다면 분기 이익이 사상 최대 흑자가 아닌 최대 적자가 됐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분기 플러스 성장을 한 것도 기업 투자 때문이 아닌 환율과 재정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놀랄 만큼 좋은 실적)가 아니라 마이너스 서프라이즈(깜짝 놀랄 만한 적자)가 우리의 실상이라는 것을 전제로 산업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장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환율이 기업 채산성 개선에 기여했으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특보가 윤 장관과 다른 시각을 드러낸 데 대해 전문가들은 “현 경제팀이 귀담아들을 내용이 많다”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최근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산업 구조조정의 절박감이 떨어지고 노사관계 합리화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데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석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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