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GM대우, 자금사정 한고비 넘겼다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환율 하락-판매 증가로 숨통
산은, 오늘 美본사 CEO 면담
특허공유-전기차 한국생산 등
독자적 생존기반 요구할 듯

올해 초 경영난을 겪은 GM대우자동차의 자금 사정이 호전돼 급박한 유동성 위기는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3일 “최근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국내외 판매가 늘면서 GM대우차의 자금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예정대로) GM대우차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2500억 원가량을 투입하면 올해 말까지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GM대우차가 설비투자 계획을 다시 추진하면 한국 측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말에 필요한 돈은 3580억 원가량”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GM대우차는 환율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고 GM의 증자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연구개발 및 운영 등에 필요한 돈이 11월 말 기준 약 3580억 원이라는 내용의 컨설팅을 받아 8월경 정부에 보고했다. 이는 올해 2월 마이클 그리말디 당시 GM대우차 사장이 지식경제부에 요청했던 지원 규모 약 1조9000억 원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GM대우차는 이 보고에서 △GM 본사에서 지원금을 받기로 하고 △환율이 하락했으며 △지난해 말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가 잘 팔린다는 점 △베네수엘라에서 미수금을 받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컨설팅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판매 실적을 고려하면 현재 자금 사정은 당시 전망보다 더 좋아졌으리라는 분석이다.

GM대우차는 지난달 완성차 기준으로 모두 5만7000여 대를 팔아 올해 월간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대금이 국내로 들어오기 전 대금을 당겨 쓰기 위해 은행들과 선물환계약을 체결해 원화를 빌려 썼다가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발생했던 막대한 환차손이 최근 환율 안정으로 크게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산은 “장기적인 생존 기반 요구할 것”

이에 따라 14일 방한하는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도 산업은행 및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자금 지원 요청에 집중하기보다는 GM대우차의 위상 문제나 한국 내 GM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헨더슨 CEO는 14일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민 행장은 GM대우차 지원에 대한 전제 조건이 △각종 라이선스 공유 △산은의 경영 참여 △일정 수준의 물량 보장 등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산은 측은 “GM의 경영전략에 따라 GM대우차의 처지가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며 “채권자로서 GM대우차가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보통 완성차업체들은 최소한 3년 치의 신차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며 “GM의 신차 모델 중 특정 차량을 GM대우차에서 생산·개발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전기자동차 생산을 보장받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누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협상은 아니며 서로 관심 사항을 폭넓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헨더슨 CEO는 14일 닉 라일리 GM인터내셔널오퍼레이션(GMIO) 사장과 함께 방한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GM대우차의 장기 비전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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