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불과 한 달 사이에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정책 관련 언급이 거의 180도 달라진 점이 개운치 않다. 9월에 내비쳤던 정책금리 조기 인상 신호는 사라졌고 상당 기간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신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다 보니 9월 발언의 취지를 길게 해명해야 했다. 해명의 핵심은 간단했다. 언젠가 해야 할 발언을 그때 한 것뿐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은행 총재는 왜 마음을 바꿨을까? 정말 9월에 정책금리 인상 신호를 내보낸 것이 아니었는데 시장이 과잉반응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시장에서는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당시보다 증시와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된다. 실제로 연일 최고점을 넘던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1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이전 몇 개월과 비교할 때 3분의 2 이하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 호전만큼이나 저금리의 부작용을 중시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정책금리 인상까지 시간을 번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 방침을 수용하게 됐을 것이란 시각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전후해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은 현재의 경기회복이 상당 부분 정책 효과에 의존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조 차원에서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해 왔는데 한은 총재가 이 논리를 받아들였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논리가 조금 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지난 2, 3분기엔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수출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원화 강세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다. 한은으로서는 정책금리 인상 후 원화 강세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라질 때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우려가 반드시 정책금리를 계속 동결해야 할 근거라고는 볼 수 없다. 또 여러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정책금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은의 몫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은은 결정을 했고 이는 당분간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또 변한다면 더 문제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도 연내 정책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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