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과 관련해 주위에서 취재한 불만은 대략 이렇습니다. “백화점은 1년 내내 세일만 하는 것 같다. 세일 기간이 아닌 때가 도대체 언제냐.” “세일이라고는 하는데 가격이 그대로다.” “모든 백화점이 항상 날짜를 맞춰 세일하는 이유가 뭔가.”
우선 백화점 세일 기간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 본점 세일 기간은 67일로 똑같았습니다. 1년 중 20% 정도가 ‘세일 기간’으로 생각보다 길지는 않더군요. 1, 4, 7, 10, 12월에 매년 되풀이되는 정기 세일이 있었고 8월에 광복 60주년 기념 특별 세일을 단행했습니다.
다만 이 날짜는 백화점 전 점포 차원에서 실시하는 정기 세일만 꼽은 것입니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입점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브랜드 세일’도 있어 ‘연중무휴 세일’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라네요. 한 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세일을 포함하면 사실 백화점에서 세일 없는 날이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세일 가격에 대한 고객 불만도 타당합니다. 백화점 세일은 철저히 의류브랜드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의류브랜드 이월상품 정리가 세일의 주목적이다 보니 다른 품목은 참여율과 할인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백화점 세일이라고 가전제품을 사러 갔다가 할인 폭이 크지 않아 실망하는 이유입니다.
백화점들이 똑같이 세일하는 이유는 뭘까요. 얼핏 생각하면 ‘담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백화점의 구조적인 문제가 그 이유라네요. 미국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들여 자신들이 직접 판매합니다. 이 경우엔 마음대로 세일하는 게 가능하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각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한 것이라 통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곳에서 먼저 세일해 버리면 나머지는 세일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백화점 세일 법칙’에도 이제 균열 기미가 보입니다.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브랜드 자체적으로 먼저 세일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제 백화점들도 세일 기간을 다르게 하고 세일 파괴력을 높이는 등 정기 세일에 대한 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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