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입문하면 처음 배우는 개념 중 하나가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동 목초지가 양치기들의 이기심에 파괴되듯 “모두의 것은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니기 쉽다”는 뜻이다.
주류 경제학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사적 재산권의 확립을 강조한다. ‘주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해법은 삼림, 공기, 어족자원, 환경, 전기의 영역까지 확장돼 국영기업 민영화와 ‘탄소세’ 도입 아이디어가 나왔고 대부분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은 이 문제에 다른 해법을 낸 엘리너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대 정치학과 교수다. 언론은 노벨 경제학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뉴스를 전했지만 그의 수상은 깊은 의미가 있다.
그는 방목장을 함께 쓰는 스위스의 마을, 쌀농사용 관개시설을 공유하는 필리핀의 마을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사적 재산권이나 시장기능의 도입 없이도 1000년 이상 공유물을 잘 관리해 온 집단을 연구해왔다. 인류가 경제학의 훈수 없이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낸 해법을 추적해 온 것이다.
오스트롬 교수에 따르면 공유물은 이용자와 이용하지 않는 사람 간의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고, 이용자끼리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쉬우며, 규칙위반에 대해 효과적인 제재가 가능해야 잘 관리된다. 농촌의 작은 마을이 가장 적합하다. 평판을 중시하는 공동체에서는 모두 ‘이기적인 사람’으로 찍혀 ‘왕따’ 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24시간 얼굴을 맞대고 살기 때문에 서로를 감시하기도 쉽고 효과적인 제재도 가능하다.
그가 현장에서 찾아낸 해법은 신기하게도 게임이론가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찾아낸 해법과 같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사회에서는 이기심만을 추구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상대방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에는 보복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가진 프로그램이 최후까지 생존한다.
그의 연구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리눅스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이론에서도 중요시 된다. 일부는 시장의 존재 없이 집단의 협력을 통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의 수상을 ‘시장의 몰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다. 서구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자율공동체와 공동체 자본주의를 실험한 히피, 자연주의자, 진보주의 그룹이 많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집단지성도 그렇다. 광우병 파동에서 알 수 있듯 집단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다고 항상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농촌 마을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서 시장의 문제를 치유하기에는 현대사회는 익명성이 넘쳐나고 개인의 욕구가 너무 복잡해졌다.
결국 노벨상위원회가 오스트롬 교수에게 상을 준 것은 다른 학자들에게 그의 연구를 더욱 심화시켜 시장과 공동체의 장점을 결합시키는 솔루션을 찾아내라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화두는 이명박 정부에도 적용된다. 서민을 위한 미소금융재단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대형유통업체와 자영업자가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 등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문제가 많다. 따뜻하면서도 다이내믹한 공동체를 만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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