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청소기, 교자상, 아이스박스의 공통점은? 코오롱건설 주부평가단 '채사랑'이 아파트 수납공간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부들이 가장 수납하기 어렵다고 꼽은 살림살이들이다.
건설사 마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수납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부들은 여전히 "살림을 깔끔하게 정리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들은 아파트의 수납 공간에 대한 주부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분양을 좌우한다고 보고 내부 공간 설계에 주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트랜스포머'형 공간으로 수납 효과 극대화
코오롱건설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오롱건설 주택문화관에서 물건 정리에 대한 주부들의 고민을 보완한 수납공간 평면 '칸칸'을 선보였다. '칸칸'은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로 불리는 수납 전문가 곤도 노리코(近藤典子) 씨와 주부평가단 '채사랑' 20여 명, 인터넷의 수납 전문 블로거들이 모여 지난해 3월부터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총 38차례의 회의와 2회의 현장 방문을 거쳐 주부들의 고민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놨다.
피데스개발도 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대전 도안신도시 파렌하이트'를 분양하면서 설계단계부터 주부들의 의견을 반영해 욕실 세면대 아래 청소용품 수납망을 만들거나 화장대에 드라이어와 긴 화장품을 넣을 수 있는 깊은 서랍 등 새로운 수납 공간을 넣었다.
코오롱건설이 만든 152㎡ 규모의 본보기집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하이브리드 리빙룸'이다. 거실의 한쪽을 벽을 바퀴가 달린 가변형 벽체로 만들어 언제든지 거실 일부를 침실로 바꿀 수 있다. 거실을 둘러본 주부들은 "명절날 친척들이 찾아올 때 마다 손님방이 부족했던 불편함을 덜어주는 아이디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실 벽 뒤로는 복도식 수납공간을 만들어 거실에 내놓으면 어수선해 보이기 십상인 선풍기, 앨범, 트렁크, 구급상자 등을 다양한 크기의 서랍장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자주 쓰는 랩과 호일을 바로 빼서 사용할 있게 정리한 주방 싱크대와 요리 중에 뜨거운 냄비 뚜껑을 잠시 걸어놓을 수 있는 뚜껑 거치대는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주부들이 느끼던 번거로움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녀 방은 침대와 옷장 등 가구의 각 층을 퍼즐처럼 분리할 수 있어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방의 공간을 나눌 수 있고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에 맞춰 가구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코오롱건설 상품개발팀 서현주 팀장은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칸칸의 여러 아이디어 중 입주자가 선택한 것만 적용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선 줄이면 가사 노동 시간 1시간 줄어"
요즘에는 수납에 이어 동선 설계에도 주부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 칸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구조는 '라운드 동선'이다. 기존 아파트 구조에서 옷을 세탁하려면 욕실에서 샤워하기 전 옷을 벗어 세탁실로 옮겨 세탁한 뒤 베란다에서 건조해 안방 옷장에 정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칸칸에서는 욕실과 세탁실, 건조실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있었다. 욕실에서 옷을 벗어 빨래통에 넣으면 빨래통의 반대 면은 세탁실로 연결돼있다. 욕실과 세탁실, 건조실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져 주부는 동선을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주부들과 실내 디자인 전공 교수로 이뤄진 '21세기 주택위원회'를 통해 수납뿐 아니라 주부들의 동선을 개선할 수 있는 평면 개발에도 조언을 얻고 있다. 수납장의 문을 양방향에서 열 수 있어 동선을 줄인 워크인 수납장이나 가변형 벽체 등이 실제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다. 곤도 노리코 씨는 "가사 동선이 잘 짜여진 집에서는 전업주부가 하루 최대 1시간 정도의 가사 노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생활이 더 여유로워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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