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회의실. 롯데쇼핑 창립 30주년 기념 마케팅 설명회에 모인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11월부터 시작하는 롯데쇼핑 30주년 기념 경품행사 1등 당첨자에게 '우주여행'을 보내준다는 발표가 나면서부터다. 이 경품의 예상 비용은 3억5000만 원. 지상 112km의 무중력상태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약식 우주여행 이긴 하지만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이를 창립 기념 경품으로 내건 백화점은 없었다.
정승인 롯데백화점 이사는 "롯데그룹에 대해 흔히 '짠돌이'라고 말하지만 이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우주여행 경품도 바뀐 롯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파격적인 마케팅 및 인수합병(M&A) 행보에 유통업계가 놀라고 있다. 롯데그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짠돌이' 이미지. 종이 한 장도 아껴 쓰고, 두드려 본 돌다리도 건너지 않는 '짠물 경영'이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이 회사가 최근 '통 큰' 경영을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 창립 30주년을 맞아 벌이는 고객 사은행사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10월부터 경기 광주시의 158㎡(약 48평) 아파트를 걸고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6억 원. 다음달 6일부터 시작할 새로운 경품 행사에서는 우주여행 외에 남극과 북극을 크루즈 선으로 둘러보는 2등 경품도 계획돼 있다. 지구의 끝을 돌고 우주까지 가는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마케팅팀 관계자는 "10월과 11월 경품행사에만 2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며 "매출 효과만 생각한다면 실행하기 힘든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백화점들의 경계심도 만만찮다. 다른 백화점의 한 임원은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갑자기 돈을 풀다 보니 앞으로 어떤 경품행사를 진행해도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전쟁에서도 롯데그룹은 이미 '큰 손'이다. 2007년 12월부터 2년 동안 롯데가 성공한 M&A 건수만 10건, 금액으로는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M&A건까지 포함하면 4조 원이 넘을 것이란 추산이다.
특히 19일 중국에서 65개 점포를 운영중인 대형마트 체인 '타임스'를 7350억 원에 인수한 것은 '비싸다'는 외부 평가와 상관없이 "사야할 것은 돈을 더 들여서라도 산다"는 롯데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롯데 관계자는 "부채 비율이 낮고 내부 유동성이 좋은 회사의 특성상 거의 모든 M&A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며 "인수합병을 통한 회사 성장에 적극적인 신동빈 부회장 취임 이후 회사가 점진적으로 바뀐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롯데그룹이 '짜다'는 평가를 받는 결정적 원인인 임금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그룹 내 계열사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업계 중상' 수준이라는 것이 관계자들 얘기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초봉은 3800만 원. 특히 최근 4년 동안 임금 상승률이 약 30%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